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4일 손혁 신임 감독과 2년 계약을 전격 발표해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팀을 한국시리즈로(KS) 이끈 장정석(사진) 전 감독의 재계약을 의심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전 감독과의 갑작스러운 결별 발표에 대해 구단 측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아 의혹이 커졌다. KS 직후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으로 구단 내부가 시끄러운 가운데 장 전 감독이 ‘이장석 색깔 지우기’의 희생양이 됐다는 추측이 가장 우세했다.
드디어 침묵하던 키움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키움 구단 측은 6일 이 전 대표가 장 감독에게 2년 재계약을 약속하는 등 옥중에서 구단 인사권에 관여한 증거가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으며, 이것이 ‘재계약 불발’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올해 LG와의 포스트시즌 도중 장 전 감독과 관련한 제보가 감사위원회에 접수됐다. 장 전 감독이 교도소에 수감된 이 전 대표를 면회했고, 그때 이 전 대표가 장 전 감독에게 시즌이 끝난 뒤 2년 재계약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녹취가 있다는 제보였다.
키움 관계자는 “관련 녹취 파일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장 전 감독이 이 전 대표를 직접 대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이상 장 전 감독과 재계약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키움 측은 이 상황을 4일 장 전 감독과의 면담에서 충분히 설명했고, 장 전 감독의 헌신과 능력을 높이 평가해 계약기간 2년에 연봉 1억2000만원 등 총액 2억4000만원 규모로 고문 계약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키움은 장 전 감독과의 결별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이 사실이 옥중경영인지 KBO의 유권해석을 기다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러 억측이 쏟아지자 결국 내부 사정을 알리기로 결정했다. 이 전 대표가 장 전 감독에게 재계약을 약속한 것이 구단 인사권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KBO 사무국의 의견을 전해 들은 것도 키움 구단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설 근거가 됐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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