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지방직 9급 추가 공채시험 출제 오류로 17개 시·도가 수백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뽑아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각 시·도에 가급적 연내 추가 합격자를 임용하고 면접시험을 실시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2017년 12월 치러진 지방직 9급 공채시험(사회복지직) 출제기관인 인사혁신처가 최근 한국사 5번 문제 정답을 ‘①번’에서 ‘정답 없음’으로 정정함에 따라 98명이 추가 합격 처리되고 364명이 추가 면접시험 응시 기회를 얻게 됐다고 6일 밝혔다.
당시 한국사 문제는 고구려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지문을 고르라는 것이었다. 인사처는 애초 ①번 지문의 ‘우제점’(牛蹄占·소 발굽으로 길흉을 예측하는 점법)은 부여의 것이라고 해서 ①번을 정답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한 수험생이 “고구려에서도 우제점 풍습은 있었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잇따라 수험생 손을 들어주고 인사처가 지난 9월 ‘정답 없음’으로 정정하면서 이번 구제 조치가 이뤄지게 됐다.


9급 공채시험은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한 응시생 가운데 2차 면접시험에서 동일한 등급(보통)을 받을 경우 1차 시험 성적순에 따라 합격자를 결정한다. 한국사 5번 문항(5점짜리) 응답을 모두 정답 처리하면서 필기시험 점수가 당시 최종 합격자보다 높은 면접응시생 98명(경기 51명, 서울 14명, 인천 6명 등)은 바로 추가 합격 대상자가 된다.
행안부는 정답 정정으로 필기시험 합격선을 넘게 된 경기 121명과 전남 34명, 충남 33명 등 364명에게는 추가 면접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전남(12월10일)을 시작으로 다음달 17개 시·도가 각각 추가 면접시험을 실시한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추가 합격자 명단은 각 시·군 인사위원회를 거쳐 다음주 내로 확정, 발표하고 희망자와 신원조회 통과자의 경우 가급적 다음달 내로 임용할 계획”이라며 “면접시험(12월18일) 추가 합격자들 역시 늦어도 내년 2월 전에는 임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가·지방직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정답 정정’ 조치로 추가 합격자가 발생한 것은 최근 20년 간 처음이다. 2000년 3월 행정고시 1차 필기시험 행정법에서도 출제 오류가 있었으나 정답 정정에 따른 합격자 9명은 2004년과 2005년 2차 시험 응시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 2007년 고용노동부 경력채용시험에서도 출제 오류가 발생돼 2010년 수험생 19명이 추가 면접을 봤다.

추가 합격 대상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배소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인사처 관계자는 “일단 출제 오류 판결이 아쉽다”고 전제한 뒤 “‘출제오류’라고 하더라도 ‘국가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 이유가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민사소송이 제기된다면 행안부가 각 시·도, 인사처 등과 협의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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