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역대급 태풍 제19호 하기비스의 열도 상륙이 2일로 3주를 맞았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사망 89명, 행방불명 7명, 부상 457명의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요미우리신문 집계에 따르면 2일 오후 5시 현재 이재민 3178명이 여전히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태풍과 함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 무너지거나 침수된 주택만 8만4385채에 달한다.
이번 사태는 일본이 지진·쓰나미(津波·지진해일) 뿐만 아니라 태풍, 폭우, 폭풍 등 재해가 잇따르는 ‘자연재해 대국’임을 보여줬다.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의 자연재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지진·쓰나미였다. 일본에서는 앞으로 30년 내 발생확률 70%에 달하는 난카이(南海)트로프 지진과 수도직하 (直下)지진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즈오카(靜岡)현 쓰루가(敦賀)만에서 규슈(九州) 동쪽 태평양 사이 깊이 4000m 해저 협곡인 난카이트로프에서의 대지진은 초대규모 지진해일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수도직하 지진은 진원이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아래에서 있어서 일본의 심장인 수도권을 직격타 할 가능성이 있다.
◆‘자연재해대국 일본’, 복합형 자연재해에 주목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2월에는 난카이트로프에서 30년 내 규모 8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또 30년 안에 도쿄를 강타해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규모 7의 수도직하 지진이 발생할 확률도 70∼80%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소위 불의 고리(Ring of Fire)라는 지역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불의 고리는 지진 활동이 활발한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일본, 미국·멕시코 서부, 페루, 칠레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조산대(造山帶)를 말한다.
최근 재난대국 일본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복합재해다.
복합재해는 문자 그대로 한 종류의 재해가 아닌 두 개 이상의 재해가 결합해 발생하는 재해를 말한다. 기후변화와 함께 태풍이 대형화하고, 장시간에 걸친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며, 지진과 홍수가 잇따라 발생함으로써 복합재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태풍 19호는 복합재해의 전형을 보여줬다. 고온다습한 거대 태풍이 기록적인 폭우와 폭풍을 동반한 홍수를 일으켜 곳곳에서 제방 붕괴를 야기했다. 특히 태풍 19호가 간토(關東)지방에 상륙한 지난달 12일 오후 6시22분쯤에는 도쿄 인근의 지바(千葉)현 앞에서 규모 5.7, 최대 진도(震度) 4의 지진의 일어나기도 했다. 지진이 강타한 지역에 호우로 토사가 붕괴하거나 호우로 지반이 약화한 지역에 지진이 직격했을 경우 메가톤급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2016년 구마모토(熊本) 지진 발생 후 약 2개월 이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제방이 붕괴했다. 이 역시 지진에 의한 제방 침하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학 최초의 복합재해 연구시설
최근 일본에서 대학 최초로 대규모재해실험시설을 갖추고 복합재해를 연구하는 도쿄이과대(東京理科大·Tokyo University of Science)를 방문했다.

복합재해 전문가인 니헤이 야스오(二甁泰雄) 이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자연재해가 잦은 곳으로서 지진, 토사(土砂)재해, 쓰나미,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진과 홍수가 결합한 복합지진대책 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헤이 교수가 실험을 진행한 시설은 2017년 6월 완성한 일본 대학 최대 규모의 시설이다. 길이 33m. 높이 1m, 폭 0.6m다. 지진, 홍수, 쓰나미 등의 복합재해를 보여주는 실험을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복합재해를 상정한 내재해(耐災害) 실험시설은 많지 않다. 1995년 한신(阪新)대지진에 필적하는 약 800gal(gal은 가속의 단위)의 강한 지진을 발생시켜 제방을 침하시킨 뒤 이후 물이 제방을 넘어가면서 제방을 붕괴시키는 월수결괴(越水決壞) 현상을 재현함으로써 지진에 의한 지반 침하나 손상의 결과, 제방의 내구성 저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니헤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복합재해로는 1948년후쿠이(福井) 재해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예로 들 수 있다. 후쿠이재해는 지진에 이어 홍수가 발생한 사례다. 1948년 6월28일 규모 7.1의 강진으로 사망자 930명이 발생하는 재해가 발생했다. 이어 7월 들어 기록적인 폭우로 지진으로 약해진 구즈류(九頭龍)강의 제방이 붕괴하면서 사망자 156명이 추가로 발생한 사건이다. 동일본대지진의 경우엔 지진 발생으로 인해 바닷가 제방의 지반 침하가 발생한 뒤 쓰나미가 직격한 복합재해로 볼 수 있다.
이날 실험은 쓰나미만 발생했을 때의 단순재해와 지진 발생 후 쓰나미가 때렸을 때의 복합지진을 상정한 두 종류를 진행했다. 쓰나미만 제방을 직격했을 때는 제방에 지반 침하와 균열이 발생했으나 제방 붕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비해 제방을 지진이 때린 뒤 쓰나미를 발생시키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제방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실제 제방이었다면 동일본대지진 때와 같이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됐다.
니헤이 교수는 실험 후 타격을 받은 제방 위치를 보여주면서 “실험 결과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제방 설계 시 이런 부분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실험은 향후 재해대책을 수립하는 데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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