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의 왕진이 활성화된다. 파킨슨병 진단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이던 중증질환 검사는 12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24시간 정신질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지정해 정신질환자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재택의료 활성화 추진 방안과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사업, 중증질환 등 비급여 건강보험 적용 등을 심의했다. 이에 따르면 동네병원 의사를 중심으로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건강보험 왕진 수가를 만들어 병원을 오가기 힘든 노인이나 중증질환자에 의사 왕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도 의사 왕진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집까지 가도 환자가 병원에서 진찰받고 내는 진찰료 1만1000∼1만5000원 수준의 비용만 받을 수 있어 왕진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복지부는 왕진 1회당 의사에게 약 8만∼11만5000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환자 부담은 30%(2만4000∼3만4500원)다. 불필요한 남용을 막기 위해 같은 건물로 왕진을 가거나 한 세대에서 2명 이상 환자를 보는 경우에는 수가의 50∼75%로 차등을 두기로 했다.

왕진은 의사 1인당 일주일 15회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12월부터 신청을 받아 시행할 방침이다. 다만, 왕진 시범사업에 대해 이날 대한의사협회가 성명을 내고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정신응급환자 치료 지원을 위해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시설·인력 기준에 부합한 의료기관이 지정대상이다. 이들 병원에는 정신응급환자 진료에 대해 시범수가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 치료를 계속하도록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도 시행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팀이 일정 기간 방문상담 등을 실시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 의료비 부담 완화방안도 마련했다. 12월부터 인지장애·암 질환, 여성건강 및 난임 치료 등 중증질환 분야 의료행위·치료재료 64개 항목 급여화가 결정됐다. 약물반응을 통해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레보도파 경구투여 후 반응검사, 뇌혈관질환·뇌성마비·치매 등 인지장애 진단을 위한 신경인지검사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환자 부담은 10분의 1∼3분의 2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이밖에 재발성 난소암 치료제 제줄라캡슐 등 3개 신약에 건보를 적용하고, 국가관리대상으로 추가 지정된 91개 희귀질환을 산정특례(의료비 감경)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도 의결됐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고 내년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을 10.25%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1.74%포인트 오른 것으로, 상승률은 20.5%에 이른다.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는 올해 9069원에서 2204원 늘어난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55%로 동결됐다 2018년(7.38%)부터 3년 연속 오르게 됐다. 복지부는 “고령화로 인한 수급자 증가 등으로 장기요양서비스 지출이 증가해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장기요양 수가(서비스 금액) 인상률은 평균 2.74%다. 1등급 기준으로 요양원 이용 시 1일 6만9150원에서 7만990원으로, 재가서비스는 145만6400원에서 149만8300원으로 각각 상승한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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