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계 남자 테니스 판도를 로저 페더러(38·스위스·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33·스페인·2위),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1위) 등의 이름을 묶어 ‘페나조 시대’라고 부르지만,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빅4’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다. 앤디 머리(32·영국·243위)가 3명의 라이벌과 치열하게 맞상대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두 번의 올림픽 금메달과 40여 차례 투어 우승 등을 만든 그는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1년여 기간 동안은 ATP투어 세계랭킹에서 제일 꼭대기에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머리는 2년여 만에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고질적인 허리, 고관절 부상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 2018년 6월까지 약 1년간 공백기를 가지며 세계랭킹이 한때 800위권대까지 떨어졌고, 이후로도 기량을 전혀 회복하지 못하며 테니스팬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잊혀 갔다.
이런 머리가 다시 테니스팬들 앞에 화려하게 돌아왔다. 21일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ATP 투어 유러피언오픈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스탄 바브링카(34·스위스·18위)를 2-1(3-6 6-4 6-4)로 제압하고 투어 대회 남자단식 정상에 복귀했다. 머리의 우승은 2017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대회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긴 부진 끝에 올해 초 은퇴 가능성까지 내비친 그는 1월 호주 오픈을 앞두고 부활을 위해 다시 수술대에 오른 바 있다. 이후 6개월여 피나는 재활 끝에 지난 6월 복식부터 투어 출전을 재개했고, 하반기 동안 조금씩 기량을 회복해 마침내 이번 대회 결승까지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머리와 함께 전성기를 보낸 라이벌 중의 한 명인 바브링카. 최근 무릎 부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바브링카 역시 2017년 5월 이후 첫 투어 대회 단식 우승을 노렸고, 이런 바브링카의 기세에 머리는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나머지 두 세트를 침착하게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우승으로 세계랭킹 200위권을 전전하던 머리의 랭킹은 120위권까지 회복됐다. 마침내 투어대회 정상에 복귀한 머리가 이 기세를 몰아 세계랭킹 1위로 군림했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지 테니스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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