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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장에 남겨진 유일한 단서 ‘족적’… 장기미제 풀 열쇠 될까

입력 : 2019-10-15 18:59:24 수정 : 2019-10-15 23: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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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부산 ‘청테이프 살인’ 본격 재수사 / 30대 여성 청테이프 감긴 채 발견 / 남편 용의선상 올랐지만 입증 못해 / ‘이춘재 DNA’처럼 첨단수사 기대 / 경찰, 증거물 ‘발자국’ 재감식 의뢰 / “행동특성 분석해 용의자 특정 기대” / 공소시효 없어 검거 땐 처벌 가능

2008년 5월 부산 서구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테이프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최근 족적(足跡) 감식을 의뢰하며 본격 재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현장에 남은 거의 유일한 단서인 족적의 형태를 다시 종합적으로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고 자백을 이끌어낸 것을 계기로 장기 미제사건 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2008년 부산을 뒤흔들었던 이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은 지난달 18일 청테이프 살인사건과 관련, 운동화 족적 비교실험을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유제설 교수에게 의뢰했다.

부산청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경우 현장에 용의자의 족적 외에 발견된 자료가 많이 없는 사건”이라며 “사건 당시보다 과학기술이 많이 발전된 점 등을 감안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의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감식을 의뢰했지만 최근 ‘판단 불능’이란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 중 하나인 청테이프 살인사건은 2008년 5월7일 서구의 한 주택 3층에서 발생했다.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던 당시 30대 A(여)씨가 발, 손목, 얼굴에 청테이프가 감긴 채 살해된 현장을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피해자 남편은 사건 당일 오후 1시에 외출한 뒤 오후 7시25분 집에 돌아왔다. 사건 현장에는 선명한 발자국이 남겨져 있었고, 창문도 열려 있어 수사 초기 범인이 외부에서 침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이 다급하게 도망간 정황이었기 때문에 강도 살인일 것이란 예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현장 정밀 분석결과 주택은 외부인이 옥상을 통해 침입하기 힘든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창가 근처 오디오 스피커 위에 화장품 파우더가 묻은 발자국이 찍혀 있는 등 단순 강도 살인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증거도 확인됐다.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창문으로 달아났다면 파우더가 묻은 발자국이 창 쪽으로 나 있어야 하지만, 족적은 방 쪽으로 찍혀 있었다. 외부에서 침입한 것처럼 보이도록 사건 현장을 위장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신에 청테이프가 반듯하게 감겨 있는 데다 평소 외부인 방문 시 시끄럽게 울던 강아지들이 이날 조용했다는 이웃의 증언 등이 더해지면서 피해자와 잘 아는 범인이 현관으로 들어와 살해했을 가능성에 경찰은 수사 초점을 맞췄다. 이후 남편 등이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수사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특히 청테이프에 장갑흔만 남아있을 뿐 지문이 없고, 시신이 전기장판 위에 놓여 있던 탓에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시각 추정이 어려워 용의자 족적만이 거의 유일한 증거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2008년 발생했기 때문에 2000년 8월 이후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 법’에 따라 기한과 상관없이 범인을 검거하면 처벌할 수 있다.

사건 의뢰를 맡은 유제설 교수는 족적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주요 증거인 만큼 다각도로 범인의 행동 특성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족적이 남겨지는 과정에 대해 수사팀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어 의뢰가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사건 현장의 족적을 분석하면 용의자의 걷는 습관, 동선 및 자세 등을 추정할 수 있는데 이는 범죄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범인이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분석해내면 ‘범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며 “장기미제 사건의 해결은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힌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범죄 예방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경찰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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