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부터 7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데 이어 8월에는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 하락까지 겹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흐름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104.85) 대비 0.0%의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제자리걸음’을 한 건 사상 처음이다.
특히 물가상승률을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는 통계청 기준이 아니라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계산하면 소비자물가가 아예 전년 동월 대비 0.038% 떨어진 것으로 나온다. 1966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한 옛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 시절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 숫자가 나온 것이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0%로 지난 7월 속보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소비자·수출·수입물가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GDP디플레이터는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199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먹구름이 낀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459조8134억원으로 1분기 GDP 455조810억원보다 4조7324억원(1.04%) 증가했다. 실질 GDP 증가율은 지난 7월 발표된 1.1%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다. 전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속보치보다 각각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7년 2.8%, 지난해 2.9%에서 올해 2.0%로 하락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디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되는 수요 감소가 아니라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에 의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은행과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한국의 저물가는 수요 측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도 물가 상승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신동주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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