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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 하나에 매달려… 구명줄 없이 고층서 아찔한 페인팅

입력 : 2019-09-03 06:00:00 수정 : 2019-09-03 07: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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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도색 중 추락사 3년간 25건 / 작업줄 외 구명줄 설치 규정 불구 / “도색 속도 느려져” 대부분 미준수 / 사고현장 84% 수직구명줄 미설치 / 절반 이상은 안전대도 없이 작업 / 하루면 작업 끝나 단속도 어려워 / “발주자 안전관리 책임 강화해야”
#1. 지난달 30일 오후 4시44분쯤 대전 서구 탄방동 한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에서 외벽 도색 작업 중이던 몽골 국적 노동자 A(58)씨가 추락해 숨졌다. 그는 아파트 22층 높이(64m)에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작업 중인 A씨를 지탱하던 줄과 부품이 갑자기 풀리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 지난 7월27일 오후 1시쯤 울산시 중구 서동 한 아파트 8층 높이에서 외벽 도색 작업 중이던 최모(57)씨가 추락했다. 최씨는 사고 발생 직후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 이 사고는 옥상에 설치됐던 로프 연결 장비가 부식된 탓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면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최근 외벽 도색 작업 중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개 예상치 못한 장비 파손으로 인한 사고인데 수직구명줄 등 법으로 정하고 있는 추락방지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작업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추락 사망재해가 발생한 외벽 도색 작업 대부분이 수직구명줄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2018년 추락 사망재해가 발생한 외벽 도색 작업 총 25건 중 수직구명줄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경우는 21건으로 84.0%에 달했다. 나머지 4건 중 3건은 수직구명줄 설치 여부 자체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였다. 재해발생 작업은 대부분은 추락방지 조치 없이 진행됐던 셈이다. 수직구명줄은 작업자가 외벽 도색을 위해 매달리는 주 작업줄과 별개로 설치하는 장비다. 주 작업줄이 파손될 경우 작업자는 수직구명줄에 의존해 외벽에 매달릴 수 있다.

다른 추락방지 조치인 안전대가 미설치된 경우도 14건으로 50% 이상을 차지했다. 파악이 힘든 6건을 제외하면 그 비중은 더 늘어난다. 안전대는 작업자를 본 작업줄, 수직구명줄 등에 연결시키는 추락방지 조치다. 다만 이 장비는 수직구명줄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경우엔 본 작업줄 파손 시 제대로 된 추락방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외벽 도색 작업 중 재해는 빈도 자체는 높지 않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단 점 때문에 강도 높은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작업 시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달비계(위에서 달아 내린 비계)에 안전대 및 구명줄을 설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런 규정이 도외시되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색 작업이란 게 작업 기간이 짧기 때문에 효율이 중요한데, 구명줄을 설치하면 본 작업줄과 엉키는 등 작업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돼 작업자들이 꺼린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안전교육을 확대하고 지도·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외벽 도색 작업 특성상 성과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작업이 대개 하루 만에 끝나는 데다 사전에 별도로 정부기관에 신고하는 체계도 아니어서 지도·점검 대상 자체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 큰 공사나 작업의 경우 지자체 등에 신고하는 절차가 있지만 외벽 도색은 그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외벽 도색 작업 발주자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안전공학)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발주자 의무내용은 협소하고 그 대상이 50억원 이상 공사로 한정돼 외벽 도색 작업은 사실상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며 “적정한 공기 설정, 업체 선정 시 산업안전보건기준 준수능력 확인 등 의무를 발주자에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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