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구역질 나는 내용의 책”이라고 비판한 ‘반일 종족주의’와 저자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그들과 관련된 ‘이승만학당’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승만학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널리 알리기 위한 곳이지만 다루는 내용 중에는 일제 지배 당시 위안부와 강제징용을 부정하는 등 국민 정서나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것도 적지 않다.
◆‘반일 종족주의’ 발간한 이승만학당은 어떤 곳
27일 ‘이승만학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학당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 독립운동, 건국업적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것을 국민적 교양으로 전파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교장이고, 주익종 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학예실장, 김학은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가 교사로 소개돼 있다. 이 전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은 생기지 않거나 다른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국가의 기틀을 잡았다”고 이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정작 이승만학당은 지난 6월 ‘반일 종족주의’ 발간을 계기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은 이승만학당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승만TV’에서 다뤘던 ‘위기 한국의 근원, 반일 종족주의’ 강의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 강의를 간추린 것이다. 저자는 학당 소속인 이 전 교수, 김 대기자, 주 전 학예실장과 김낙년 동국대 교수, 정안기 서울대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6명이다.
이승만학당은 “‘반일 종족주의’는 20세기 전반 일본이 한국을 지배한 역사에 관해 오늘날 한국인들이 가진 통념으로서, 아무런 사실적 근거 없이 거짓말로 쌓아올린 샤머니즘적 세계관”이라며 “반일 종족주의의 기원, 형성, 확산, 맹위의 전 과정을 국민에게 고발하고 그 위험성을 경계하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정조는 개혁군주 아닌 시대착오적 군주”, “반일·반미 감정에 휘말려 촛불 드는 집단 광기” 주장도
이승만학당은 유튜브 채널 ‘이승만TV’를 통해 조선왕조와 위안부 피해자, 촛불 집회 등을 폄훼·부정하고 있다.

‘주익종의 현대사 돋보기’의 ‘"Shame On You" - 망국의 판결’ 편에서 주 전 학예실장은 “일본제철(신일본주금) 소송 원고 4명은 모두 모집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본에 갔다”며 “징용, 강제로 일본에 간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고 4명 모두 1923년부터 1929년 사이 출생자라며, 1941년과 1943년에 일본제철 공장에 갔으니, 모두 미성년자 때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중 1929년에 태어난 원고에 대해서는 14살 때 일본에 간 것이 되기 때문에 “(일본 강제 징용 주장이) 믿기 어렵다”라고 했다.

김 대기자는 ‘김용삼의 현대사 시시비시’의 ‘한국인들의 반일감정, 그 역사적 뿌리(2) 1637년에 멈춰버린 조선의 시간’ 편에서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에 대해 “개혁군주가 아니라 주자학적 유교질서의 강화를 추진한 ‘시대착오적 군주’”라고 평가 절하했다.
또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집단 광기를 일으키는 정서적 멘탈리티(Mentality·사고방식)’이라고 정의했다. 김 대기자는 “여차하면 반일감정, 반미감정에 휘말려 손에 촛불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뛰어나가 집단 광기를 일으키는 정서적 멘탈리티”라고 말했다.

일본 불매 운동 등 반일감정에 대해서는 “반일감정의 뿌리는 소중화(小中華), 친중(親中) 정서와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기자는 “(조선이) 청나라에게 항복한 순간부터 정신세계가 제정신이 아닌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를 찾아서 그쪽으로 빠져들어갔던 그 시대착오적인 소중화 세계관이 오늘날 반일감정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중화 세계관이란 중국의 주변 국가가 자국을 중화문화의 정통을 계승한 나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기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중국이 별말을 다 해도 문재인 정부와 국가지도부는 ‘찍’ 소리 한마디 못하는 (소중화) 정서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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