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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건너 ‘마라탕집’… 혹해서 차리다 ‘대만 카스테라’ 꼴 날라 [뉴스 인사이드]

입력 : 2019-08-17 11:00:00 수정 : 2019-08-17 11: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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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된다” 소문 나자 우후죽순 영업 / 홍대 근처엔 ‘흑당버블티’ 카페 급증 / 인기 사라지면 한번에 ‘공멸’ 우려 / 프랜차이즈 중 외식업이 70% 차지 / 가맹점 평균 영업기간 6년도 안 돼 / 직영점 0.05%뿐… 외부리스크에 취약 / “직영점 운영 의무화로 난립 막아야”

말 그대로 ‘우후죽순’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부근 마라탕 식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8일 오전 기자가 이대역에서 이대 정문 앞을 지나 신촌기차역까지 이어지는 약 600m 거리를 걷는 동안 확인한 마라탕 식당만 10곳에 달했다. 이 중 식당 2곳은 카페와 안경점 2개 점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영업 중인 모습이었다. 일부 식당은 거의 마주보고 있다시피 한 곳도 있었다. 마라탕은 중국 쓰촨지방 요리로, 특유의 얼얼하고 매운맛으로 최근 20, 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음식이다.

이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연세대 정문 앞도 만만치 않은 ‘마라탕 밀도’를 자랑했다. 연대 삼거리에서 신촌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양옆 100m 범위 안에 마라탕 식당은 총 6곳이 자리 잡고 있다. 대개 마라탕 프랜차이즈 식당들이다. 문을 연 지 두 달 정도 됐다는 한 마라탕 식당 업주는 “이 동네 마라탕 식당 중에서 후발주자긴 한데 위치가 괜찮아 초반 매출은 나쁘지 않다”며 “주요 고객인 대학생이 많은 곳이라 경쟁업체가 많은 줄 알면서도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정 유행을 좇는 ‘베끼기 창업’의 풍경이다.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그 수요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대만 카스테라’가 대표적 예다. 2016∼2017년 서울 시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던 이 점포는 불과 1∼2년 새 그 자취를 찾기 힘들어졌다. 많은 업주가 초기자본조차 회수하지 못한 채 빚을 떠안아야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최근 업계에선 베끼기 창업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쉬운 창업을 유도하는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규제다. 유사 프랜차이즈 난립이 결국 베끼기 창업을 양산하는 만큼 프랜차이즈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 프랜차이즈=빛 좋은 개살구?

최근 마라탕만큼 유행하고 있는 대만 음료 흑당버블티는 유사 프랜차이즈가 급속히 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다. 20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는 최근 여러 흑당버블티 프랜차이즈 카페의 각축장으로 떠오르는 곳 중 하나다. 홍익대 정문 앞 부근 유명 흑당버블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100m가 채 안 되는 사거리 양옆에 각각 다른 흑당버블티 프랜차이즈 카페 두 곳이 영업 중이다. 또 이 사거리에서 400m 정도만 걸으면 다른 흑당버블티 프랜차이즈 카페 2곳이 서로 겨우 50m 정도 거리를 두고 영업 중이다. 이런 카페를 포함한 외식업 프랜차이즈는 매년 외연이 확대 중이지만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외식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2014년 2521개에서 지난해 3617개로 약 43%, 브랜드는 같은 기간 3142개에서 4567개로 늘어 약 45% 증가했다. 외식업 프랜차이즈는 전체 프랜차이즈 중 7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안정성은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현저히 떨어진다. 올해 초 수익형부동산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공정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소매업, 서비스업, 외식업 3대 업종 중 가맹본부 평균 영업기간이 가장 짧은 건 외식업이었다. 도·소매업이 10년10개월, 서비스업이 7년6개월인데 외식업은 전체 평균인 7년2개월에 한참 못 미치는 5년11개월에 그쳤다.

 

◆가맹점 대비 직영점 비율 0.05%

이런 불안정성은 가맹점 대비 직영점 비율이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구조 때문에 심화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가맹본부가 직접 운영하는 영업장인 직영점은 각 프랜차이즈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 점포’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직영점 운영경력 없이 가맹본부 설립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탓에 지난해 기준 외식업 프랜차이즈 직영점은 6000개로 가맹점(11만7202개) 대비 약 0.05%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이런 구조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은 일정 기간 이상 진행된 가맹본부의 직영점 운영성과보다는 일시적인 소비 행태나 유행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상호 영산대 교수(외식경영)는 “가맹점이 비대하고 직영점이 왜소한 현 상황은 가맹본부 자체나 외부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일정기간 이상 직영점 운영경력이 있어야 가맹본부 자격을 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영국의 경우 1개 이상 지역에서 12개월 이상, 프랑스는 7년 이상 경력에 3개 이상 매장을 2년 이상 운영 등 가맹본부의 직영점 운영경력을 자격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회에도 직영점 운영경력을 자격요건으로 삼는 관련 법 개정안이 1년여 전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2017년 말 직영점 2개를 1년간 운영해 수익성을 검증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교수는 “미국 일부 주는 정부에서 가맹본부 자격요건을 검증하기 위해 현장실사도 진행한다. 프랜차이즈 전통이 오랜 나라일수록 가맹본부의 영업 노하우 검증에 중점을 기울이지만 우리나라는 그저 서류상 계약으로만 보고 실효성 있는 검증에 소홀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최대한 빨리 신생 가맹본부가 최소한의 역량은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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