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만 배경을 뒤로하고 하얀 캔버스 앞에서 붓질로 쓱쓱 산과 나무를 만들어 내던 파마머리 아저씨.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은데 “쉽죠?”라고 말하던 아저씨. 1990년대 교육방송(EBS) ‘그림을 그립시다’를 넋 놓고 봤던 2040세대에겐 이름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화가 밥 로스(1942∼1995). 미국 PBS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원제: 조이 오브 페인팅, 1983∼1994) 프로그램이 최근 유튜브에서 부활해 전 세계인에게 힐링을 주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과 그의 행복한 메시지가 또다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로스의 프로그램은 더 이상 제작되지 않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4년이 흘렀는데도 그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월간 워싱터니언은 “오늘날 빠른 속도를 추종하고, 사람들을 지쳐버리게 만드는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 로스가 주는 평온함이 재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과 유품은 스미스소니언 국립 미국사 박물관에 영구 소장됐다. 스미스소니언 소장품은 1994년 방송된 시즌 30의 ‘푸른 산마루 폭포’(Blue Ridge Falls), 1988년 시즌 14에서 그린 ‘맑은 날’(On a Clear Day) 등이다. 스미스소니언은 에디슨의 전구, 벨의 전화기 등 미국 역사를 대표하는 것들을 소장하고 있다.

로스 그림은 생전에는 정통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엘리트 평단은 조소했다. 1994년 미국 최고 토크쇼 진행자 필 도너휴가 ‘당신 그림은 절대 박물관에 못 걸린다’고 조롱하자, 로스는 “뭐 스미스소니언은 아니겠죠”라고 웃어넘겼다. 그 후 25년, 로스 그림은 스미스소니언 소장품이 됐다.

놀라운 소식은 더 있다. 버지니아주 퍼셀빌에 위치한 프랭클린파크아트센터가 최초로 밥 로스 전시를 연다. 이 갤러리는 ‘행복한 사고’(Happy Acident)를 주제로 다음 달 10일부터 10월 15일까지 24점을 전시한다. 그는 생전에 방송에서 “그건 실수를 한 게 아니에요. 단지 ‘행복한 사고(우연)’가 일어난 것일 뿐이죠. 당신은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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