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 6600만원씩 쓰는 것이 가능하냐?”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2017년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에게 “한 가장이 하룻밤에 6600만원을 결제했다”며 물었던 질문이다. 서 대표가 답을 머뭇거리자 같은당 고용진 의원은 “하루에 3000만원이니 새벽까지 가면 날이 바뀌고 이틀이 되면 6000만원에 부가세 10%하면 6600만원이 되는 것 아니냐”고 무분별한 인터넷방송 결제에 대해 꼬집었다.
방통위는 이런 지적에 따라 지난해 11월 ‘인터넷개인방송 유료후원아이템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올해부터 ‘자율규제’에 들어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터넷방송 사업자는 유료후원아이템의 무분별한 결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유료후원아이템의 결제(충전 및 선물)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사업자는 이용자와 방송 진행자간 유료후원아이템의 사적거래, 도용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 하루에 1억2000만원…또다시 불거진 인터넷방송 결제 논란
하지만 유료후원아이템 규제 약 8개월 만에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한 논란 거리가 생겼다.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한 여성 BJ가 하룻밤 새 1억2000만원 수익을 올린 것이다. 30일 아프리카TV에 따르면 개인방송진행자 BJ 핵찌는 전날 방송을 진행하면서 1억2000만원어치 별풍선(사이버머니) 120만개(개당 100원)를 선물 받았다. 그는 별풍선을 받고 춤을 추며 좋아하다 액수가 점차 늘어나자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했다. BJ 핵찌는 개인방송을 시작한지 4개월쯤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BJ 등급인 그는 별풍선 금액의 60%를 가져갈 수 있고 소득세 3.3%를 내야해 하룻밤 새 총 7000만원 가량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TV에 따르면 BJ 핵찌에게 별풍선을 선물한 아이디는 2개로 6000만원씩 총 1억2000만원을 후원했다. 아프리카TV 이용자의 1일 후원 한도는 3000만원이지만 이들은 29일에서 30일로 날이 바뀌는 것을 이용해 총 6000만원씩을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 관계자는 “현재로선 2명이 같은 인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 1일 충전한도 100만원 제한…실효성 있나
방통위가 무분별한 인터넷방송 결제를 막는 자율규제안을 마련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프리카TV는 방통위 자율규제 시행 뒤 1인당 1일 별풍선 충전(결제)한도를 100만원으로 제한했다. BJ 핵찌에게 후원한 2개 아이디도 1일 100만원어치씩 60일을 충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후원에 대한 부분은 이전과 다르지 않아 후원자와 진행자간 사적거래 등 무분별한 결제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BJ 핵찌도 별풍선을 받은 뒤 시청자들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자 이날 방송을 통해 “근거 없는 의혹이 진실로 둔갑해 속상하다”고 해명에 나섰다. 6000만원어치의 별풍선을 선물한 후원자도 게시판에 “여러 가지 추측이 많은데 저는 BJ핵찌를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번호를 교환한 적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유료후원아이템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지만 해외사업자인 유튜브와 국내사업자간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우려가 있어 법적 규제까진 쉽게 할 수 없었다”며 “인터넷개인방송 유료후원아이템 결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자율규제인 만큼 개인방송 사업자들이 관련 내용을 어겨도 처벌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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