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이상형!”, “미인형!”, “인형!”, “당신이란 감옥의 종신형!” 혈액형이 뭐냐고 묻는 송중기를 향해 송혜교가 던진 사랑의 밀어다. 3년 전 방영된 인기 TV드라마 ‘태양의 후예’ 명대사의 한 토막이다.
현실의 드라마는 브라운 속과는 달랐다. 세계 팬들의 가슴을 적신 송송 커플은 결국 남남으로 갈라섰다. 서울가정법원은 그제 이혼 조정기일을 열어 둘의 이혼을 확정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로 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2016년 ‘태양의 후예’를 계기로 연인으로 발전해 이듬해 10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세기의 연인’으로 화제를 모은 커플이 결혼 1년9개월 만에 파경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세기의 로맨스’로 불린 말레이시아 술탄 부부의 밀월기간은 더 짧았다. 말레이시아 전임 국왕이자 클란탄주의 술탄인 무하맛 5세는 러시아의 미스 모스크바 출신 부인과 이혼 여부를 놓고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는 중이다. 술탄 측에서 이혼 사실을 공개하자 부인은 “이혼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진실게임이 빚어진다. 작년 6월 결혼한 부부는 불과 1년여 만에 파탄을 맞았다. 무하맛 5세는 올해 1월 국왕 자리에서 퇴위해 “왕위 대신 사랑을 택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마약 성분 계열의 이 호르몬은 환각 상태와 유사한 쾌감을 준다. 뇌에서 비판 기능을 맡는 부위의 활동이 둔화되고 긍정적인 뇌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상대의 단점은 보이지 않고 장점만 들어오게 된다. 눈에 사랑의 콩깍지가 씌는 것이다. 하지만 콩깍지는 오래가지 않는다. 결혼 2년을 전후해 페닐에틸아민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의 호르몬’이 사라진 후에도 행복한 결혼을 영위하려면 부부 일심동체라는 환상을 우선 버려야 한다. 부부는 ‘이심동체’이다. 결혼은 두 명의 선장이 한배를 타고 가는 특이한 항해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항해가 원만할 수 있다. 일심동체로만 여기면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섭섭함이 앞설 것이다. 차이를 존중하지 않으면 결혼은 진짜 종신형 감옥이 된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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