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중 한 곳인 익산 남성고가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남성고는 인근 군산 중앙고와 함께 관할 교육청 평가에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가 된다. 이 경우 전북 지역 자사고는 전체 3곳 중 전주 상산고만 유일하게 남게 되지만, 이마저도 조만간 전북교육청 자사고 평가 결과에 대한 교육부장관 동의 여부에 따라 그 지위가 엇갈리게 된다.
14일 남성고에 따르면 최근 학교는 신입생 충원율 감소 등을 고려해 자사고를 스스로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군산 중앙고의 자진 일반고 전환 방침에 이어 두 번째다.
남성고가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올해 전북교육청의 전주 상산고 평가 결과를 지켜본 결과 내년에 재지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성고는 “애초 자사고를 유지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를 고려할 때 내년도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반고 전환을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에 자사고로 지정된 남성고는 2015년 재지정 평가에서 76점을 받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학교 측은 또 “이제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것”이라는 태도도 밝혔다. 이는 자사고가 누구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교육 서열화를 부추겨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입장과 일맥상통한 것이자 그동안의 지적을 자인한 셈이다.
남성고는 자사고 재정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신입생 모집에 대한 어려움을 꼽았다. 자사고가 적정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하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게 되는 데다 수업료가 줄어들어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남성고는 최근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350명 정원에 지난해 40명, 올해 100명가량이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부족한 학교 운영 예산을 이사회 도움으로 충당해왔다.
남성고는 이를 위해 지난 4일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어 동의를 구한 데 이어 최근 학부모 총회와 학생 총회 등 절차도 마무리했다. 학교는 마지막 절차인 이사회를 이달 중 열어 일반고 전환 방침을 확정한 뒤 전북교육청에 허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경우 전북교육청은 학교 청문과 교육부 동의 절차를 거쳐 내년도 고교 입학전형을 확정할 9월 중순 안에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게 된다. 남성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현재 재학생은 애초 예정된 자사고 교육과정을 그대로 적용받게 된다.

앞서 중앙고는 지난 5월 말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어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중앙고는 학령인구가 감소한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한국GM 군산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신입생 모집이 어렵게 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중앙고 2019학년도 신입생 입학 경쟁률은 280명 모집에 174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상산고는 지난달 전북교육청 재지정 평가 결과 합격선(80점)에 0.39점 미달하는 79.61점을 얻어 탈락 위기에 놓였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8일 학교를 상대로 청문 절차를 진행한 데 이어 조만간 교육부장관 동의를 거쳐 최종 결과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 전북지역 자사고 3곳은 모두 사라진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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