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생들이 제자 성추행 혐의로 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면서 교수 연구실을 점거했다.
2일 ‘서울대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와 특위 소속 회원 등 학생 10여명은 이 대학 인문대 3동에 있는 A교수 연구실에 진입해 점거했다.
이들은 이 연구실을 학생 자치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연구실 진입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대학 직원과 학생들 사이에 마찰이 있었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빈 인문대 학생회장은 점거와 관련, “A교수가 대학에 돌아올 공간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며 “이제 더는 A교수가 대학에 복귀할 곳은 없으며, A교수를 다시 강단에 세우기 위해선 학생들을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교수 연구실이 학생 자치공간으로 전환된 것을 선포하는 ‘학생 자치공간 선포식’을 오는 3일 열 예정”이라며 “향후 계획은 선포식에서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점검 인원에 변동은 있겠지만 철수할 계획은 없다”며 ”학교에 학생들과 A교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징계위의 투명성 제고를 요구했으나 이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생은 A교수에 대해 대학이 파면을 결정하고, 징계 절차에서 진술권을 포함한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함께 요구했다.
서어서문학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열쇠업자를 불러 연구실에 들어간 것 같다”며 “학과 회의를 통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학생들이 물건 등에 전혀 손대지 않고 과격한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강제로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A교수는 2015년,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의혹으로 신고돼 인권센터에서 정직 3개월의 중징계 권고를 받고 징계위에 회부됐다.
지난 2월6일 졸업생이 피해자가 재학기간 중 A교수에 의해 자행된 갑질과 성폭력을 고발하는 기명 대자보를 부착하면서 이번 사건이 알려졌다.
이날 현재 직위해제 상태로 강의에서 배제된 상태다.
한편 성추행 피해자는 지난달 A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도 A교수가 갈취 등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나섰다.
앞서 서울대 학생 1800여명은 지난 5월 총회를 열고 A교수에 대한 파면과 교원 징계규정 제정, 학생의 징계위 참여,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 등을 학교에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대학 평의원회에서 가결된 교원징계 규정안에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일부 반영된 데 대해서는 ”큰 발전은 아니다”라는 게 학생들의 입장이다.
또 징계위가 인권센터의 권고대로 정직 3개월을 결정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위 측은 파면보다 덜한 징계가 나오면 불복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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