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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마추픽추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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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7 23:20:33 수정 : 2019-06-27 23: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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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마추픽추는 잉카 제국 왕의 여름 궁전이었다. 잉카 제국은 서양 고고학자들이 만든 말이다. 잉카는 당시 그들의 언어였던 케추아(Quechua)어로 제국의 ‘왕’을 뜻한다. 그들의 원래 국명은 ‘타완틴수유(Tawantinsuyu)’였다. 마추픽추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린다. 해발 2400m 안데스 협곡의 산 정상에 들어선 이 거대한 석조물은 지금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잉카문명 하면 수 천년 전 고대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13세기 초에 시작돼 스페인 침공으로 멸망하는 1533년까지를 이른다. 그런데 잉카에서 우리가 수 천년 전의 시간을 연상하는 것은 ‘신비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줄의 매듭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결승문자’가 있었지만, 해독이 되지 않는다. 철기도, 수레바퀴도 없었다. 그런데도 산 정상에 거대한 도시를 만들었고, 그 내력이나 건축 방식은 전해지지 않아 신비감을 더한다.

페루 정부는 2017년 마추픽추 여행의 새로운 관문이 될 친체로 국제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관광객들이 마추픽추에 가려면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의 공항에 내려야 한다. 그런데 활주로가 하나밖에 없어 대형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하고, 페루 리마나 볼리비아 라파스 등을 오가는 항공편만 제한적으로 운행된다. 친체로 공항이 완공되면 남미 전역은 물론 미국 주요 도시를 오가는 직항편이 생길 예정이다.

한국이 페루 정부가 발주한 친체로 공항 총괄 관리사업(PMO)을 수주했다. 발주처를 대신해 건설사 선정, 공정 관리, 시운전까지 모두 맡는 방식이다.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5년이며, 사업 금액은 약 3000만달러(350억원)다.

학계와 환경단체에서는 “잉카 유적이 훼손될 수 있다”며 친체로 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지금도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 때문에 유적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이들은 비판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유네스코 권고 수준의 두 배에 달하는 150만명이 마추픽추를 방문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친체로 공항을 건설하면서 유적지 파괴 논란에도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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