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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선’ 입맛에만 맞춘 지표체계… 무너진 ‘통계의 일관성’

입력 : 2019-06-23 18:34:55 수정 : 2019-06-23 18: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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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거리 먼 지표체계 개편 / 균등화중위소비·고혈압 유병률 등 / 삭제 지표 17개 중 ‘악화’ 9개 포함 / 추가된 8개 지표 중 ‘개선’은 5개나 / 전체 지표 중 30% 이상 ‘바꿔치기’ /월급·교육비·미세먼지까지 ‘개선’ / “국민 삶 동떨어진 지표 작성” 비판

지난 3월 통계청이 내놓은 국민 삶의 질 지표는 정작 국민 삶과 동떨어져 있다. 통계청 발표대로 삶의 질 지표가 역대 최고 개선율을 보였다면, 우리 국민이 살아가는 모습은 1년 전보다 눈에 띄게 나아졌어야 한다. 실제 그렇게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현실은 지표와 너무 다르다.

통계청은 삶의 질 지표체계를 개편하면서 개선에만 방점을 찍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악화 지표는 삭제하고 개선 지표는 늘렸다. 통계청은 정부혁신추진성과 일환으로 네이버 ‘지식iN’ 등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결과를 지표 체계에 반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조사 지표 중 30% 이상을 바꿔가며 개선된 성적을 내놓아 ‘통계의 일관성’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악화 지표 삭제, 긍정 지표 신규 편입

23일 세계일보가 통계청 삶의 질 지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개편 작업에서 삭제된 지표 17개 가운데 전기 대비 ‘악화’를 기록한 지표가 9개나 포함됐다. 새로 추가된 8개 지표 중에서는 5개가 개선 지표였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삭제된 것이 대표적이다. 지니계수 지표는 지난해 5월은 물론이고 2017년 12월, 9월에도 줄곧 전기 대비 악화를 기록했다. ‘상대적 빈곤율’ 지표와 겹친다는 것이 공식적인 삭제 이유인데, 공교롭게도 이번 발표에서는 상대적 빈곤율 지표가 전기 대비 개선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단 한 번도 전기 대비 개선을 나타내지 못한 ‘균등화중위소비(가구 중위소비)’ 지표도 지표 개편 이후 삭제됐다. 이 지표는 과거 8차례 발표된 삶의 질 지표에 포함됐는데, 이번에는 시계열 안정화를 위해 삭제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주거 분야에서는 ‘주거비용’ 지표가 사라지고, ‘주택 임대료 비율’, 자가점유가구비율’ 지표가 새로 추가됐다. 주거비용 지표도 최근 3차례 조사에서 모두 전기 대비 악화를 나타냈다. 이 지표가 삭제되고 주택 임대료 비율과 자가점유가구비율로 대체됐다. 추가된 두 지표는 모두 전기 대비 ‘개선’으로 나타났다.

건강 분야에서 삭제된 ‘고혈압 유병률’과 ‘당뇨병 유병률’ 지표는 ‘비만율’ 지표로 대체 가능해 뺐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두 개 지표가 사라지면서 건강 분야 7개 지표 모두가 전기 대비 개선을 나타냈다.

교육에서는 ‘평생교육 참여율’과 ‘학업 중단율’ 지표 등이 없어졌다. 두 지표 모두 전기에 악화를 기록한 지표다. 가족·공동체 분야에서도 줄곧 악화 흐름을 이어온 ‘한부모가구 비율’ 지표가 빠졌다.

환경 분야에서는 6차례 연속 전기 대비 ‘악화’를 기록한 ‘체감환경만족도’ 지표가 삭제됐다. 해당 지표를 ‘대기질’·‘수질’·‘토양환경’·‘소음’·‘녹지환경’ 만족도로 세분화했다는 설명이지만 신규지표 5개 가운데 3개가 개선을 나타냈다.

이 같은 개편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삶의 질 지표는 역대 최고의 개선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역대 지표를 보면 2015년 3월에는 70개 지표 중 개선 지표가 35개로, 개선율은 50%였다. 그해 9월에 공개된 2번째 삶의 질 지표에서도 개선율은 51.9%였다. 2016년에 8월에는 개선율이 58%로 올랐지만 12월에 발표에서는 다시 53.8%로 낮아졌다. 2017년에는 모두 3차례 삶의 질 지표가 공개됐는데 개선율은 각각 51.3%(3월), 52.5%(9월), 56.3%(12월)였다.

지난해 5월에는 80개 지표 중 51개가 전기 대비 개선을 나타내며 개선율이 63.8%를 기록했다. 전기 대비 보합(동일)을 나타낸 지표가 4개(5%)였고, 악화한 지표는 25개(31.3%)로 나타났다.

◆교육비·미세먼지까지 개선됐다는데…

지표의 추가·삭제 문제와 별개로 개별 지표를 살펴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소득·소비·자산 분야에서 ‘가구 중위소득’, 상대적 빈곤율 등의 지표가 전기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각종 소득 통계 등으로 확인된 분배 지표 악화 결과 등과는 거리가 있다.

고용과 임금 분야에서는 ‘고용률’과 ‘실업률’은 악화한 반면 ‘월평균 임금’, ‘저임금 근로자 비율’, ‘근로시간’, ‘일자리 만족도’ 등은 개선된 것으로 발표됐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고용 악화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등을 감안하면 개선 지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교육 분야에서 ‘교육비 부담’ 지표가 전기 대비 개선됐다. 특히 환경 분야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 지표가 전기 대비 ‘개선’으로 나타나 지표 작성과 추이 판단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계청 삶의 질 지표 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표 체계 개편 작업은 국가 주요 지표와 삶의 질 지표를 연동시켜 더 적합한 지표로 통일시키고, 삶의 질 지표와 관련해 기존에 누적된 개선 지적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선과 악화로 해석이 모호한 지표 등도 재검토했다”며 “지표 체계 개편을 통해 개선율이 높아졌을 수는 있지만 개선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편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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