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국내 초연이 시작됐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으로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공연 수준은 세계 뮤지컬 1번지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일류 제작진이 공을 들인 작품답다. 높은 완성도의 흥겨운 무대는 2시간 40분이란 긴 시간을 한순간도 허비하지않고 내내 객석을 사로잡는다.
줄거리는 익히 알려진 그대로다. 자신이 만든 삼류 밴드에서도 쫓겨난, 정열만 가득한 로커 듀이는 호구지책으로 위장 취업한 명문학교에서 만난 초등학생과 스쿨 밴드를 결성해 밴드 경연에 나선다. 초등학생때부터 시작되는 입시 경쟁은 미국도 마찬가지. 듀이가 만난 아이들은 ‘하버드’만을 바라보며 교사와 부모의 억압에 순응해야하는 입시 레이스에 막 들어선 상태였다. 듀이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감춰진 음악 재능에서 자신이 꿈꾸던 ‘락 스피릿’으로 충만한 밴드를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아이들도 “권위에 저항하라”는 락 스피릿에 공감하며 밴드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락 스피릿으로 무장한 듀이와 아이들의 노래는 딱딱하게 굳어있던 학교와 부모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해피엔딩을 만든다.


뻔한 줄거리에서 오는 식상함은 잘 짜인 극본과 귀에 찰싹 달라붙는 웨버표 음악을 통한 극 전개로 잊혀진다. 결국 뮤지컬이 가져야할 가장 큰 덕목은 좋은 노래다. 주제가 격인 ‘권력자에게 맞서라(Stick it to the man)’와 아름다운 발라드 ‘락은 어디로 갔나(Where did the rock go)’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머리 속을 맴돌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어른을 향한 아이들의 노래는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눈높이를 맞춰 대화해야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모두 제작진의 어린 시절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는 작품을 만들면서 ‘똑똑하고 호기심많고 풍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성취감과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다고 술회했다. 실력주의의 혹독함 속에서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야한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극본을 쓴 줄리안 펠로우즈도 영화 ‘스쿨 오브 락’과 뮤지컬의 차이에 대해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의 상황이 어떠한지, 락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가 뮤지컬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7년부터 듀이로 활약한 뉴욕 출신의 코너 글룰리와 오페라·뮤지컬을 전공한 교장역의 카산드라 맥고완이 극을 이끌지만 진짜 주인공은 주로 호주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열명 남짓의 아역 배우다. 10살 남짓 아이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며 노래하는 무대로 관객 마음을 훔친다. 총명한 잔소리꾼 매니저 서머, 기타와 작곡에서 재능을 발견한 잭, 수줍음을 극복하고 보컬이 된 토미카, 카리스마를 뽐내는 베이스 기타리스트 케이티 등 아이마다 캐릭터가 살아있다.
밴드 경연장의 앵콜 무대로 만들어지는 스쿨 오브 락 커튼콜은 흥겹기가 역대급이다. 화려한 조명이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가운데 아역 배우들은 각자 맡은 악기 독주로 마음껏 실력을 뽐내고 관객은 갈채로 이를 응원한다. 듀이와 교장 커플은 오페라 아리아 ‘밤의 여왕’ 이중창으로 마지막 무대를 불태운다.

흠잡기 어려운 완성도 높은 공연에서 음향은 따로 특기할만하다.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는 공연 내내 또렷하게 전달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기 쉽지않은게 현실이다. 덮어놓고 소리만 키워 우리말인데도 대사나 가사를 알아듣기 어려웠던 국내 뮤지컬이 여럿 생각났다.
아이와 함께 볼 가족 뮤지컬로 추천한다. 다만 무대 좌우 상단에 큼지막하게 설치된 자막 화면을 보느라 시선을 이리 저리 움직여야하는건 불편함이 있다. 자막까지 한눈에 들어올만한 원거리에서 관람하는게 나을 수 있다.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8월25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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