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부터 1박2일간 머문 춘천소년원에는 97명의 보호소년과 18명의 위탁소년(재판을 받기 전 상태의 학생) 모두 115명의 비행청소년이 지내고 있었다. 보호소년은 법원 소년부의 7~10호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이다. 97명 중 38명은 보호관찰법을 위반해 오게 됐다. 단순비행으로 봉사활동 등의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이수하지 않아 온 경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서보원 서무계장은 “아이에 신경 쓰는 어른 한 명만 있었어도 소년원에 안 와도 될 학생들”이라며 “일부 부모들은 자식을 돌볼 능력이 없으니 소년원에 보내 달라고 몰래 판사에게 부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춘천소년원은 신촌정보통신‘학교’로, 수감 청소년은 ‘학생’으로 불린다. 수용실이나 교도관이란 단어 대신 순화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생활실에서 모두 교사 56명의 지도와 통제를 받으며 지낸다. 학생들은 4개의 침대와 TV, 변기가 각각 1개씩 설치된 방을 나눠 사용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1시30분부터 수업이 다시 시작된다. 교육은 갓 입학한 학생들과 직업훈련을 받는 아이들, 사회 복귀를 앞둔 청소년들로 나눠 진행된다. 신입생에게는 인권과 준법, 생활예절 교육이 제공된다. 신입반 학생들은 시선을 책상에 고정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주성우 교무계장은 “잠도 안 자고 종일 펑펑 우는 학생들도 있다”며 “아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금방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실습반 분위기는 신입반과 정반대다. 복도를 걷는 기자를 보고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했다. 선우(가명·21)군이 “2020년 2월 출원(출소)예정인데 말 잘 들어서 연말에 임시퇴원(가석방)될 것 같다”고 자랑하자 옆에 있던 성훈(가명·16)군이 “선우 형보다 제가 말 잘 들었는데, 할머니가 볼 수 있게 신문에 좀 내달라”고 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저도요, 저도요”라고 외쳤다.

미용 교육을 맡은 조연진 전문강사에게 아이들이 짓궂지는 않냐고 물었다. 조 강사는 “다들 착하고 순하다”며 “자기한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아우성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온종일 실습만 하는데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준다”며 “세계 어느 나라의 또래 미용사들과 대결해도 이길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라고 칭찬했다. 이 학교에서 올해에만 7명의 헤어디자인 기능사와 14명의 가발전문가를 배출했다. 23명의 학생은 스포츠마사지 자격증도 땄다.
학생들은 40분 교육을 받고 10분의 쉬는 시간을 갖는다. 성실한 태도를 보인 학생은 쉬는 시간에 교사들 휴대전화로 가족 등과 통화할 기회를 얻는다. 오후 3시50분 6교시가 끝나고 마지막 체육시간만 남았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의 진료도 병행된다. 윤성규 보호과장은 “수업시간에 환자를 조사하면 학생들이 너도나도 아프다고 한다”며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하는 체육시간에 환자를 찾아야 진짜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실컷 땀을 흘린 아이들은 생활관으로 돌아가 식사 준비를 한다. 7교시와 저녁식사 사이 주어진 시간은 30여분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나서 씻고 입은 옷을 빤다.
취침 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학생들은 통제실에서 틀어주는 철 지난 가요 프로그램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자격증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최승학 행정지원과장은 “검정고시 기간에는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이 이뤄진다”며 “상반기에 28명이 검정고시에 붙어 92%의 합격률을 기록했고, 46명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는 성과도 냈다”고 말했다. 오후 9시 점호가 끝나고 취침방송이 나왔다. 아이들은 모두 잠에 빠졌다. 교사들은 3개조로 나눠 밤새 아이들을 살폈다.

다음날 오전 6시30분 마이크를 잡은 당직 교사의 기상방송으로 다시 하루가 시작됐다. 교사들은 방 하나하나를 일일이 돌며 학생들과 아침인사를 했다. 전날 오후 6시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아이들이 13시간 동안 곯은 배를 잡고 일사불란하게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향하던 아이들 중 유독 어려 보이는 학생이 보였다. 2006년생으로 13살, 중학교 1학년의 나이라고 했다.
한가희 춘천정보통신학교 교사는 “만 10세가 갓 넘은 어린아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책임은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있다”며 “우리가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교사의 말을 듣던 민한(가명·18)군은 “여기 와서 생각해 보니 뭘 잘못 했는지 깨달았다”며 “나가면 피해자들에게 먼저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년원 관계자는 “현직 검사 중 소년원 출신이 있고, 최근에는 소년원 교육을 받고 보호관찰직 공무원이 돼 소년원에서 근무하게 된 사례도 나왔다”며 “아직 20살도 안 된 아이들인데 가르치면 못 할 게 어딨겠느냐”며 아이들을 응원했다.
◆청소년 범죄 주는데 여학생 비행은 늘어
소년원에 수감되는 학생들의 숫자가 해마다 줄고 있지만 여학생들의 비행은 매년 늘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여성 청소년들이 성 비행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소년 기준 일평균 여성 수용인원은 2014년 180명에서 지난해 210명으로 늘었다. 전체 보호소년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4.6%에서 19.5%로 높아졌다.
반면 남학생의 일평균 수용인원은 2014년 1056명에서 지난해 869명으로 줄었다. 지난 5년간 문제 남학생이 17.7% 줄어들 때 비행을 저지른 여학생은 16.7% 늘어난 것이다.

법무부는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성매매가 판을 치면서 여성 청소년들이 성 관련 비행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범죄에 연루된 아이들 사건은 법원 소년부에 송치되고, 이들은 보호처분을 받아 결국 소년원에 가게 된다.
우수명 대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이버 상담 분석으로 본 채팅앱 매개 청소년 성매매 현황’ 보고서를 보면 성매매 경험이 있는 10대는 11.7%였고, 평균 연령은 15.3세에 불과했다. 대부분 여학생이었다. 가출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한 학생의 비율이 78.6%에 달했다. 소외된 아이들이 성범죄의 유혹에 빠졌다는 뜻이다.
청소년 성범죄의 재범률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김지수 법무부 소년보호과 사무관은 “사기나 성 관련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은 경험을 통해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라며 “사회에 나와 방황하게 된다면 같은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력한 처벌로 이들을 다룰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저지른 비행에 대한 문제가 뭔지 깨닫게 해주고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년범죄에 대한 여론은 치료보다 처벌에 쏠려 있다. 윤성규 춘천소년원 분류보호과장은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소년원이 아닌 소년교도소에 수감된다”며 “소년법을 ‘소년이니까 눈감아 주자’는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청소년 문제의 60~70%가 가정붕괴나 학교 부적응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청소년 비행의 책임을 아이들에게만 돌리기 어렵다”며 “성범죄자라고 낙인찍기보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주고 재범하지 않도록 교육해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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