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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이라는 배우 [TV에 밑줄 긋는 여자]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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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04 11:57:13 수정 : 2019-06-30 17: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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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한 이정은(왼쪽)과 김태리.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배우 이정은.

 

어찌하다 보니 그녀가 나온 웬만한 드라마는 다 본듯하다. 아니 더 정확한 표현은 그녀가 출연한 웬만한 드라마는 거의 많은 시청자로부터 사랑받았다. 

 

가장 최근작부터 보자면 이렇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주인공 김혜자님의 며느리 역), tvN ’아는 와이프’(주인공 한지민의 친정 엄마 역), tvN ‘미스터 션샤인’(주인공 김태리의 유모 역),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주인공 조윤희의 직장인 양복점에서 바느질하는 아주머니 역)를 통해 때로는 며느리로, 때로는 엄마로, 여주인공의 옆을 묵묵히 지키며 그녀들을 알뜰살뜰 보살피는, 그런 역할들이었다. 

 

어찌하다 보니 그녀를 꽤 오랫동안 지켜봤다. 사실 일부러 그녀의 작품을 골라 보진 않았다. 최근 몇 년 그녀는 엄청난 다작을 했고, 그 드라마들이 모두 시청률이 잘 나왔기에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더 솔직한 말이다.  

 

몇년 전 배우 황석정의 지인으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배우 이정은이 출연했다. 둘은 함께 연극과 공연을 한 오래된 친구였고, 당시 황석정의 드라마 속 캐릭터가 화제가 되어 다수의 예능에 출연하던 상황이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 배우 이정은의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루 종일 찍히는 예능 프로의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듯 그녀는 연신 어색함을 방출했지만 솔직하고 과하지 않는 인간 이정은은 그야말로 드라마 속 모습 그대로였다. 

 

아마 그때부터 그녀를 전에 비해 ‘더욱 더’ 눈여겨본 것 같다. 왜 그렇지 않나 평소 멀리서나 단체에서 알던 이가 우연히 옆자리에 앉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 보면 급격히 친해지는, 뭐랄까 그런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있으면 그녀의 이름이 있나 찾아도 보고 (거의 흥행보증수표처럼) 가끔 메이킹 필름 속에 나오는 그녀의 인터뷰도 꼼꼼하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 ‘기생충’에서 그녀(사진 가운데)의 포텐이 제대로 터졌다, 순수한 관객의 입장에서 이번 ‘칸의 여왕’은 배우 이정은이다. 개봉 전 영화에 관한 관심이 커질수록, 그녀가 포스터에도 등장하지 않고, 웬만한 영화 토크쇼나 인터뷰, 무대 인사에 오지 않는 것이 오래된 팬의 입장에서 조금은 불편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녀가 왜 이 각종 행사에 참석할 수 없었는지 알게 되었고, 오랫동안 내가 그녀를 잘못 지켜봤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그녀가 했던 역할은 비중에 관계없이 작품을 뚝심있게 지켜주거나 극의 흐름을 완전히 바뀌게 해주었던 그것이었다. 단순히 출연 분량으로 가늠할 수 없었던 그것이이다. 기생충에서 손짓과 발짓, 심지어 안경 하나까지 연기로 소화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 것임을 새삼 절감한다.

 

심한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이상 자세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배우 이정은의 열연에 찬사를 보낸다. 기생충 출연했던 그 어떤 배우보다 그녀는 빛났고, 이번 프랑스 칸 영화제의 진정한 여왕은 배우 이정은이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

 

*배우 이정은님과 사적으로 어떤 관련도 없고, 팬클럽 회원도 아닙니다. 그저 그녀의 연기를 오랫동안 지켜본 순순한 시청자이자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한명의 배우를 관객의 입장에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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