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단행한 차관급 인사에서 친문 성향 인사들이 청와대와 부처를 오가며 요직을 맡는 ‘돌려막기’ 인사가 재연됐다. 이번 인사는 참신하고 폭넓은 인재 기용으로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할 기회였는데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또다시 ‘회전문’ 인사였다.
2년간 숱한 인사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조현옥 인사수석 자리는 김외숙 법제처장으로 채웠다. 김 인사수석은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동·인권 변호사로 일했다. 인사 실무경험은 없다. 문 대통령 의중에 맞는 인사만 천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제처장 재임 중에는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주기 때문에 국회비준동의 대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도 5개월 뒤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는 국회비준이 필요 없다고 했다. ‘코드해석’이 수석 발탁 배경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죽하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우리 식구끼리 하겠다는 인사”라고 했겠나.
법제처장 자리에는 지난 17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에서 물러난 김형연씨가 임명됐다. 김 법제처장은 법관 퇴직 이틀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사법부 독립을 훼손했다고 비판받은 인물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그가 법관 재직 시 사법부 독립을 강하게 주장했기에 곧바로 청와대로 옮긴 데 대해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국정 역량보다는 내 편 챙기기에 치우친 모양새다. 인재를 삼고초려해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문 대통령 취임사의 약속은 오간 데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국세청장에는 김현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비서실장 때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인사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조국 민정수석은 유임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증 실패로 중도 사퇴한 장·차관급 이상 공직자만 11명이다. 인사 참사의 근본 원인인 검증 실패 책임을 덮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이념과 코드가 맞는 공직자가 업무 성격이나 성과에 상관없이 요직을 꿰차고 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이 이런 인사를 보면서 소신과 능력발휘보다는 눈치보기와 책임회피를 우선시하는 풍조가 생길까 걱정된다. 인사가 만사라는 경험칙이 이 정부에서는 무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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