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인생 27년 동안 두 곳의 소속사에 있었는데, 모두 최악이었습니다. 홍보와 방송 섭외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습니다. 한 기획사 사장은 저에게 뒤통수까지 쳤습니다. 그렇게 두 곳에 당하고 나니, 이후 10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싫었죠.”
지난 27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K2’ 김성면은 자신의 지난 삶을 이렇게 회상했다. 김성면은 1990년대 혜성처럼 나타나 ‘사랑과 우정 사이’ ‘유리의 성’ 등으로 대중가요계를 휩쓸었다.
“1989년 ‘아이언로즈’(철장미)라는 밴드에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마니아까지 있을 정도로 나름 인디계에서 이름을 알렸죠. 하지만 22살 되는 해 아버지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갑자기 가족을 부양해야 했어요. 결국 생계 문제로 밴드를 탈퇴했고, 1992년 ‘피노키오’의 1집 객원 보컬로 합류했습니다.”

피노키오는 1992년 1집 앨범 ‘다시 만난 너에게’를 발표했다. 공전의 히트곡 ‘사랑과 우정 사이’가 수록된 앨범이다. 노래방 애창곡 1위 중 하나로 손꼽히며, 지금도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들리고 있다. 하지만 노래는 처음부터 인기가 많지 않았다.
“당시 소속사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주지 않았어요. 노래는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부르고, 그게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졌죠. 곡 발표 2년 뒤에는 음악방송에서 1위까지 했어요. 원조 역주행 가수가 저희였습니다.”
김성면은 음악방송 1위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불가능해졌다. 군대에 입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노래가 나왔지만 2년 동안 무명생활을 했고, 노래방 인기로 어렵게 음악방송 1위를 했지만 이미 지친 저는 피노키오를 탈퇴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언로즈 활동 당시 알던 이태섭과 함께 ‘K2’를 결성했죠. 하지만 이 또한 그해(1994년) 7월 군 입대를 하면서, 활동이 꼬였습니다.”
K2는 김성면이 군 복무 중인 1995년 1집을 발표했다. 히트곡 ‘슬프도록 아름다운’이 수록된 앨범이다. 해당 앨범은 발표 당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이 노래방 애창곡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6개월가량이 지난 뒤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성면은 2집부터 또 다른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이 소속사에서 3집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김성면은 이곳에서 또 다른 아픔을 겪는다.
“새로운 곳으로 옮겼지만 홍보를 적극적으로 안 해주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심지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적도 없는데, 잠결에 매니저가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데 회사 소속 가수에 제가 포함돼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며 서류에 도장을 찍은 게 전부인데, 그게 계약서가 됐더라고요.”

김성면은 2000년에 해당 소속사를 나왔다. 하지만 잠결에 찍은 계약서가 걸림돌로 계속 작용했다. 그 결과 10년여간 가수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콘서트를 열 기회가 생겼다. 재기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2013년 10월 제 이름으로 콘서트를 열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300석 규모였지만, 10년여 동안 활동을 하지 않은 가수를 누가 찾아줄까라는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다행히 티켓은 일주일 전에 매진됐습니다.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김성면은 당시를 회상하는 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이렇게 나를 기억해주시는 팬들이 있는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무대에 서야겠구나, 음악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성면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 중이다. 디지털 음원 두 곡을 발표했다. 지난해 초에는 록밴드 ‘에메랄드 캐슬’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투캐슬’을 결성,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다. 올해 가을에는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4∼5년 전부터 준비한 2곡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1990년대를 떠올릴 수 있는 록발라드 ‘땡큐’(Thank You),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외치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미국 LA와 뉴욕에서 1000석 규모의 콘서트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땡큐’에 대해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 팬들이 쓴 댓글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누구누구야 잘 사니 등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분들의 글을 보고 노래가 시간을 넘어 추억을 소환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사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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