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기 오영식 3선의원 뒤 코레일 사장...KTX 탈선으로
- 3기 임종석 2선의원 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 4기 송갑석, 문재인 캠프 비서부실장 거쳐 20대 의원
- 5기 김종식은 주류 정치권 합류 거부, 6기 태재준...

이인영 의원이 8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자연스럽게 화제거리로 떠 올랐다. 야당이 문재인 정권 2인자라며 공격을 퍼부었던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KTX탈선사고로 지난 3월 물러났던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 송갑석 민주당 의원(광주 서구갑)도 전대협 의장출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1기 전대협 부의장 출신인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권에 전대협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따라서 전대협이 청와대 비서실에 이어 여당마저 접수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그야말로 전대협 전성시대다.
◆ 민주화 운동 절정기 1987년에 탄생한 전대협
전대협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약자로 1987년 8월 19일 출범한 뒤 1993년까지 이어졌던 전국 각대학총학생회 연합체다.

1986년까지 이념조직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대학생 민주화 운동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6월 항쟁도중 이한열 열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공식화,연대화, 조직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한열 열사 장례식 문제로 모인 전국의 대학교 학생회장들은 '전국단위 조직체' 결성에 뜻을 모았다.
그 결과 당시 서울지역대학생협의회 회장이었던 이인영(위 사진) 고려대 학생회장이 의장, 우상호 연세대 학생회장이 부의장을 맡기로 하고 8월19일 95개대학 3000여명의 학생들이 충남대에 모여 전대협 출범식을 가졌다.
◆ 3기 의장 임종석, 임수경을 북으로 보내 세계적 이슈몰이
6년여의 짧은 전대협 역사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순간은 1989년 임수경 방북이다. 임종석(한양대 총학생회장· 왼쪽) 의장 등 3기 전대협 집행부는 치밀한 계획아래 외국어대생 임수경(오른쪽)을 전대협 대표자로 6월30일 평양에 파견했다.

임수경은 그해 8월 15일 문익환 목사, 문규현 신부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돌아오기 까지 '통일의 꽃'으로 불리며 전세계 언론을 달궜다. 이 일로 전대협은 세계적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친북성향 단체로 낙인찍혀 1994년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으로 간판을 바꿔야 했다.
◆ 1~4기 의장 모두 국회의원 뱃지 달아...5기 김종식은 주류정치권 합류 거부
전대협은 정당조직 못지않게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하고 노선 투쟁을 펼쳤다. 그런 까닭에 이른바 정치적 전투력은 대단했다. 이런 때문인지 전대협 출신들은 선거전에 특히 강했고 정치권으로 많이 유입됐다.
1기 의장 이인영은 3선(17·19· 20대), 2기 의장 오영식(고려대 총학생회장) 역시 3선(16·17·19대), 3기 의장 임종석은 2선(16·17대), 4기 의장 송갑석(전남대 총학생회장)은 20대들어 국회에 입성했다.
오영식은 코레일 사장으로 있던 지난 3월 강릉KTX탈선사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송갑석은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비서실부실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
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한 5기 의장 김종식(한양대 총학생회장)은 1995년 출소한 뒤 주류 정치권의 러브콜을 뿌리쳤다. 녹색당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주택을 짓는 '녹색친구'들 일에 열중하고 있다. 6기 의장 태재준(서울대 총학생회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위와 연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여타 학생운동 조직과 달리 전대협은 동지적 연대가 강해
1970년대 민청학련(민주청년학생총연맹), 1994년~2007년까지 유지됐던 한총련도 전국 단위의 학생조직이었으나 전대협과는 차이를 보였다. 전대협은 전국단위의 기획을 주도하고 정치적 투쟁과 동지애를 특히 강조했다.
민청학련은 반정부 투쟁에 초점을 맞춘 관계, 언로의 제약 등으로 상대적으로 느슨한 동지애로 연결됐다. 한총련은 이념성향을 강조, 대중성과 유대감 등이 전대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런 까닭에 사회, 정계에서 서로 밀고 끌어주는 화학적 결합력은 전대협이 으뜸이었다. 그 증거가 청와대와 여당에서 전대협 출신이 보여주고 있는 위상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