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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날갯짓 따오기… 철새될까 텃새될까 [한반도 멸종 위기 동식물의 사투]

입력 : 2019-05-09 08:00:00 수정 : 2019-05-08 21: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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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22일 40마리 첫 방사 / 2008·2013년 中서 기증받은 개체 / 증식복원 통해 363마리로 늘어 / 번식 여건 좋은 해외 떠나버리면 / 정부의 복원 노력 ‘기쁜 실패’ 되고 / 철새 특성 잃어 국내 정착할 경우 / 본능 저버린 ‘슬픈 성공’이 될 듯
멸종됐던 따오기가 10년에 걸친 복원사업 끝에 오는 22일 자연 방사된다. 사진은 경남 창녕 우포 복원센터 내 따오기 모습. 창녕군 제공

“따오기는 우리나라에서 번식하지 않는 철새다. 방사해봐야 결국 중국이나 일본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복원 따오기는 철새 본능인 장거리 이동 능력, 말하자면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을 잃어버렸다. 우리나라에 터를 잡고 살 것이다.”

오는 22일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 따오기복원센터에서 따오기가 방사된다. 10년간에 걸친 복원사업 끝에 40마리를 처음으로 야생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한 대로 따오기가 예전처럼 ‘흔한 철새’로 자리매김할지, ‘본능을 뒤로한 텃새’로 남을지 알 수 없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동요에도 나올 만큼 흔한 새였던 따오기는 1979년 비무장지대(DMZ)에서 관측된 것을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번에 방사되는 따오기는 이명박정부 때 중국이 기증한 개체를 증식복원한 것들이다. 중국은 2008년과 2013년 우리나라에 네 마리를 기증했고, 따오기는 10년이 지나면서 363마리로 늘어났다.

환경부와 문화재청, 경상남도 등은 멸종 40년의 의미를 살려 암수 1대 3의 비율로 40마리를 방사하기로 했다.

방사는 따오기들이 머무는 야생적응훈련장의 출입문을 여는 ‘연방사’(soft release)로 진행한다. 상자에 가뒀다가 억지로 날려 보내는 ‘경방사’(hard release)는 새에게 스트레스를 줘 성공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새가 야생과 훈련장을 오가다 스스로 자연으로 날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따오기 야생 적응을 위해 창녕군은 2010년부터 우포늪 일대 국유지에 따오기 먹이터(16㏊), 영소지(번식지, 23㏊)를 조성했고, 2016년부터는 우포늪 일대 20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따오기와의 공존에 대해 홍보해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따오기가 우리나라를 또다시 떠날 것이란 의견이 있다.

오랜 황새복원 사업으로 ‘황새 아빠’로 불리는 박시룡 전 한국교원대 교수는 “따오기는 낮은 소나무에서 번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곳에 까치 같은 천적이 많아 옛 문헌에도 번식 기록은 없다”며 “번식이 힘들고, 농약이나 서식지 파괴로 생존 여건도 나쁜 우리나라를 금세 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성춘 우포 따오기사업소장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복원된 따오기 400여마리가 야생에 살고 있는데, 철새 본능을 잃고 니가타현 사도섬 인근에 살고 있다”며 “이번에 방사되는 따오기도 우포늪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따오기가 좋은 환경을 찾아 우리나라를 뜨면 정부와 지자체 노력은 허사가 되지만 철새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반대로 계속 우리나라에 머물면 사업은 성공일지 몰라도 철새 본능을 저버린 ‘슬픈 성공’일 수 있단 얘기다.

방사 따오기의 3년 생존율은 40%로 낮은 편이다. 창녕군은 따오기에 GPS와 가락지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기로 했다. 또 따오기 연구자 10명, 자원봉사자 30명, 서포터스 40명 등이 매일 따오기를 관찰할 예정이다.

한정우 창녕군수는 “따오기가 자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까이 접근하거나 사진 촬영을 위해 서식환경에 영향을 주는 행동은 지양해 달라”고 부탁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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