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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요금보다 비싼 '콜비만 5000원’… 여성전용 택시 타보니

입력 : 2019-05-06 17:00:00 수정 : 2019-05-06 15: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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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이나 먼저 도착한 택시... “택시가 날 기다린다니 이상하네”/ 승객 대부분이 ‘아이 엄마’... 카시트가 효자 노릇 톡톡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택시’

 

여성 기사가 운전하며 여성 손님만 탈 수 있는 여성 전용 택시 ‘웨이고 레이디’가 지난달 초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100% 예약제에 승차 거부가 없으며 아이 승객을 위한 카시트도 제공되는 서비스다.

 

콜비가 5000원으로 기본요금인 3800원을 상회하는데도 반응이 꽤 좋다. 본격적인 홍보를 하기 전인데도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단골들도 생겼다. 지난 2일 직접 웨이고 레이디를 이용해봤다.

 

◆20분이나 먼저 도착한 택시... “택시가 날 기다린다니 이상하네”

 

웨이고 레이디는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스(웨이고)와 플랫폼 회사 카카오가 합작해 만든 여성 전용 택시 서비스다. 현재까지 고용된 여성 택시 기사는 10명 정도. 시범 운행을 하는 중이어서 홈페이지나 전화로 24시간 전 예약이 필수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시범 운행이 종료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지고 운행 규모도 확대된다. 

 

출근 때 타려고 오전 8시로 승차 예약을 해두었는데 7시40분쯤 “전 도착했습니다. 8시에 뵙겠습니다”라는 기사님의 문자가 도착했다. 불러도 오지 않던 택시, 항상 ‘을의 입장’으로 기다려야 했던 택시가 약속 시각 20분 전에 도착해 기다린다니 어색했다. 집 앞에 나가보니 흰색과 분홍색으로 칠해진 웨이고 레이디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림이 지루했을 텐데도 기사 윤현숙(55)씨는 “오셨냐”며 환한 미소로 맞았다. 차 안에는 미리 신청해놓은 영유아용 카시트가 설치돼 있었다.

 

◆승객 대부분이 ‘아이 엄마’... 카시트가 효자 노릇 톡톡

 

안전을 위해 카시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15년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가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머리 중상 가능성이 20배 정도 높아진다.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상 만 6세 미만의 어린아이가 택시 등 사업 차량을 탔을 때 카시트에 앉히지 않으면 운전자가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택시 기사들의 반발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단속이 유예된 상태다.

 

이 때문에 아이와 외출 시 부모가 무거운 카시트를 스스로 챙기기도 한다. 윤씨는 “우리는 항상 신생아용과 영유아용 카시트를 뒤에 싣고 다닌다. 은근히 무겁다. 무게가 20kg 정도 된다”며 “아무래도 손님이 아이를 데리고 타기 편하니까. 카시트 때문에 (웨이고 레이디를) 이용하는 손님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승객 10명 중 9명 정도가 아이와 함께 탄 엄마 손님이라고 했다.

 

단지 사진을 찍으려고 카시트를 신청했다고 말하자 윤씨는 “그럴 줄 알았으면 신생아용으로 준비해 놓을 걸 그랬다. 그게 방향 회전이 돼서 더 좋은 건데”라고 아쉬워했다. 카시트에 앉아 울던 아기도 방향을 바꿔 엄마 얼굴을 보면 어느새 울음을 뚝 그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사도 승객도 마음을 놓는 ‘여성 전용 택시’

 

전에 일부 남성 택시 기사로부터 “연애 상담을 해주겠다. 여자는 성적인 매력이 중요하다”거나 “요즘 여자들은 ‘까졌다’” 등의 이야기를 들은 불쾌한 경험을 한 뒤 택시를 탈 때면 종종 불안감이 들곤 했다.

 

2015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742명 중 약 70%가 “밤늦게 택시 탈 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렵다”고 답했다. 이러한 걱정이 기우는 아니다. 교통안전공단이 2018년 8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4년간 범죄로 인해 택시기사 자격이 취소된 사유 1위는 성범죄였다.

 

윤씨는 “며칠 전에 한 젊은 여자 손님이 밤늦게 공항에 가려고 (택시를) 부르셨다”며 “그 손님도 그렇고 많은 손님이 여자 기사라 밤중에 타도 마음이 놓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마음을 놓는 건 승객뿐만이 아니다. 여성 택시 기사는 성폭력, 폭행 등 범죄 위협에 시달린다. 지난 2월엔 4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여성 택시 운전기사를 무차별 폭행하고 달아나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윤씨는 “십몇년씩 택시를 운행했던 ‘언니(선배 운전기사를 지칭)’들이 지금 너무 편하다고 한다”며 “밤에 운전해도 괜찮은 게 카카오에서 콜이 뜨면 신상정보가 다 카카오에 있지 않은가. 모르는 사람을 태울 때보다 위험도도 낮다”고 전했다.

 

◆“월급제 덕에 스트레스 적어... 친절한 서비스 가능”

 

20대와 30대 자녀 둘을 둔 윤씨는 55세에 택시 운전기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에게선 지금까지 봐온 택시 기사들과 다르게 일에 대한 만족감과 여유가 묻어나왔다. ‘월급제 효과’로 보였다.

 

윤씨는 “이전에 부동산 일을 했는데 나이가 들고 젊은 사람들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1993년부터 차를 몰아 운전에는 자신있던 차에 버스를 운전하던 지인이 ‘웨이고라는 데서 여성 기사를 뽑는다고 하니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월급제에 정년도 없으니 좋겠다 싶어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지원했는데 다행히 붙었다”고 말했다.

 

윤씨에 따르면 신입 여성 기사 중 윤씨의 나이가 제일 많은 편이다. 대부분 40대 이하이며 영국에서 일하다 운전대를 잡은 20대 후반 기사도 있다고 했다. 또 매일 사납금을 채우지 않아도 되니 아등바등 쫓기며 운전하지 않아 좋다고 했다. 하루 몇 개의 콜이 들어오건 하루 8시간40분 업무 시간만 채우면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온다는 것. 승차 거부나 과속 운전도 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히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게 윤씨의 주장이다. 윤씨는 “일반 택시였으면 콜이 왔다고 손님을 10~15분씩 기다리겠냐”며 “회사 측에선 솔직히 약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소비자 측에선 손해 볼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택시는 빨리 가려고 ‘칼치기’도 하고 신호 위반도 하는데 그러면 기사도 손님도 다 위험해진다. 회사에서 교육 시 가장 강조하는 게 매출보다 ‘친절’과 ‘안전운전’”이라며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되도록 손님에게 말 걸지 말라거나 아이 손님을 위해 절대 과속하지 말라는 교육 내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우리나라에선 택시 기사를 가장 밑바닥, 할 거 없어서 하는 직종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불친절하단 인식 때문일 것 같은데 그걸 바꾸려고 대표님이 이런 가맹을 추진하신 것”이라며 “앞으로 점차 사납금제도 없어지고 택시 서비스 질도 높아지길 바란다. 금방은 안 되겠지만 차츰차츰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5000원 콜비, 결국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승차 거부 없는 안전하고 친절한 서비스는 택시 승객의 기본 권리지만, 기존 일반 택시에서 이를 보장받기 어려운 게 뼈아픈 현실이다. 5000원 추가 요금에도 지속해서 웨이고 레이디 손님이 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윤씨는 “처음엔 우리끼리도 ‘5000원이나 주고 주부들이 누가 타냐? 이거 자리 잡겠어? 우리 몇 달 하다 그만 둬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며 “그런데 해보니까 아니다. 충분히 탈 만한 매력이 있다. 실제 한 번 타보신 분들은 편하다고 계속 타신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느낀 서비스 만족도는 기존 택시들과 비교해 ‘최상’이었다. 특히 카시트가 필요한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여성 승객들에겐 호평을 받을 만 했다. 다만, 비싼 콜비가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성 전용 택시의 성패 여부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글·사진=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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