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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쉼터 만들어 서식환경 개선… ‘물범들의 천국’ 만든다 [뉴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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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서식 개체 수 해마다 급감 추세 / 年 200∼400마리 찾지만 휴식처 비좁아 / 18억원 들여 조성… 자리다툼 사라질 듯 / ‘어초’ 역할 쉼터, 수산자원 증대도 기대 / 서식 실태조사 결과 재방문 물범 확인 / 습성 연구 통해 멸종위기종 보호 총력

“저기, 저기! 고개 내밀었다.”

지난달 25일 서해 백령도 고봉포에서 배로 20분, 해양수산부가 조성한 점박이물범 쉼터에 다다르자 점박이물범이 간간이 고개를 내밀었다. 점박이물범을 위해 새로 조성한 쉼터에는 가마우지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조심성이 많은 점박이물범이 인공 쉼터에 오르기는 아직 이른 듯했다. 쉼터 주변에서 물범이 고개를 내밀 때마다 여기저기서 “저기 있다” 하는 반가운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해수부가 조성한 쉼터와 650 정도 떨어진 ‘물범바위’에는 점박이물범 3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길이 1.6∼1.7에 몸무게가 80∼130㎏에 달하는 매끈한 유선형 몸매가 비바람 속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점박이물범은 놀란 듯 한 마리씩 바다로 몸을 던졌다.

◆백령도 ‘마스코트’ 모시기 프로젝트

정부가 백령도 해상에 점박이물범 쉼터를 만들었다. 점박이물범이 즐겨 찾는 물범바위가 좁아 점박이물범끼리 자리 다툼을 벌이는 등 제대로 휴식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년 200마리에서 많게는 400마리 가깝게 백령도를 찾는 ‘손님’이 계속 찾아오도록 서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점박이물범은 체온조절, 호흡, 체력 회복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 바위 등에서 휴식을 취한다. 물범바위가 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해수부와 해양환경공단은 바위와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민했다. 결국 해외에서 선착장이나 부선, 테트라포트나 인공 구조물 등을 물범들의 쉼터로 활용하는 점에 착안해 백령도 인근 하늬바다에 350㎡, 길이 20m, 폭 17.5m의 인공 쉼터를 조성했다. 물범은 조심성이 많아 새 쉼터에 올라앉기까지 1∼2년이 걸리지만 이후에는 물범바위와 함께 점박이물범의 쉼터가 될 것이라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해수부는 인공 쉼터에 점박이물범을 ‘모시기’ 위해 공을 들였다. 총 사업비만 18억원이 들어갔다.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1㎥급 자연석을 썼다. 물에 잠겨 있을 때 자리를 확보하고, 해수면 높이가 낮아져 바위가 노출되면서 올라앉는 방법을 선호하는 물범 특성을 감안해 수면으로 노출되는 마루 높이를 4단계로 차등을 뒀다. 수면 아래는 쥐노래미, 조피볼락 등이 서식하는 어초가 형성되도록 ‘큰돌쌓기’ 기법을 사용했다.

지역어민을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백령도 어민에게 점박이물범은 반가운 손님만은 아니다. 어업활동에 방해가 되는 데다 어망을 찢는 악동이다. 해수부가 2013년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해 백령도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했다가 어민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해수부는 쉼터 주변 해역에 패류·치어 등을 방류해 쉼터가 어초 역할을 하면 수산자원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민들을 달랬다. 앞으로 지역사회와 협의해서 점박이물범과 인공쉼터를 활용한 해양생태관광 활성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1980년대 2300마리, 20여년 만에 절반으로

해수부가 물범 쉼터 조성까지 나선 건 무엇보다 백령도를 찾는 점박이물범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해수부와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서해안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 8000여마리에서 1980년대 2300여마리, 2000년대에는 1200마리 미만으로 줄었다. 지난해 백령도를 찾은 점박이물범은 316마리로 2017년 391마리보다 75마리가 줄었다. 2016년 246마리보다는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점박이물범은 겨울철 중국 보하이(渤海) 랴오둥만(遼東灣)의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고, 봄부터 가을까지 백령도와 황해도 연안, 가로림만 등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서식한다. 겨울철 번식지인 랴오둥만에서 가죽이나 약재, 고기 등을 얻기 위한 불법 포획,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유빙 감소, 간척·매립·준설 등의 연안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개체수가 줄고 있다. 서해안을 찾는 점박이물범도 급격히 줄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2007년 점박이물범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II급 및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해 점박이물범을 관리했다. 2015년부터 ‘서해 점박이물범 종합계획’을 세워 개체수 변화 모니터링, 구조·치료 강화, 서식환경 개선 사업 등을 해 오고 있지만 개체수 감소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점박이물범이 과거 독도에 주로 서식했던 바다사자(강치)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바다사자는 남획으로 1950년대 자취를 감추고 1974년 마지막 개체가 발견된 이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30∼35년의 긴 수명으로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꼽히는 점박이물범이지만 새끼를 한 마리씩만 출산하고, 또 새끼가 성장해 다시 새끼를 낳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개체수 회복이 매우 어렵고 더디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고유 점박이로 식별… 10년 전 물범도 발견

반가운 소식도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와 고래연구센터가 점박이물범 서식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0년 전인 2008년 백령도를 찾은 점박이물범 3마리가 2018년에 다시 백령도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점박이물범의 몸에 있는 반점은 개체별로 모양이 다르고 사람의 지문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해수부는 매년 촬영한 점박이물범 반점 형태를 비교해 동일 개체 여부를 판단한다. 2008년 백령도에서 촬영된 점박이물범 249마리와 지난해 6월 관찰된 점박이물범 21마리를 비교한 결과 총 3마리가 동일 개체로 나타났다. 10년 전 백령도에 왔던 점박이물범이 다시 백령도를 찾았다는 사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박이물범의 습성 연구 및 서식환경 개선 등을 위해 의미 있는 자료다.

명노헌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점박이물범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유일한 물범류인 만큼 보호가치가 매우 높다”며 “올해는 새롭게 조성한 점박이물범 인공쉼터의 효과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고성능 촬영장비를 동원해 점박이물범의 서식현황 조사연구를 강화하는 등 서식환경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보호대상해양생물 붉은바다거북. 해양수산부 제공

◆ 한국, 바다사자·해송 등 80종 보호

 

점박이물범처럼 우리 정부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하고 있는 보호대상해양생물은 현재 모두 80종이다.

 

고래·물범·바다사자 등이 포함된 포유류가 16종이고, 게·고둥·산호·해송·불가사리 등 무척추동물이 34종을 차지한다. 해초류를 포함한 해조류가 7종, 거북이를 포함한 파충류가 4종, 상어와 해마가 5종, 조류가 14종이다.

 

보호대상해양생물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종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종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종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종 중에 하나에 해당하는 해양생물종을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김혜선 박사는 3일 통화에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해양생물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보호대상해양생물 숫자가 늘 수밖에 없고, 또 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양생물 보호 등을 위해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령도=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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