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란산 석유수입 금지 면제 조치가 2일 오후 1시(미국시간 1일 자정)부터 만료될 예정이다. 정부는 우리 산업에 이란산 원유수입 비중이 크게 감소한 점을 들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일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에 대한 예외인정이 미국 현지시간 1일 자정부터 만료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현 이란 원유수입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유예 조치를 다시 발효하지 않을 것을 공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외교부는 지난해 11월 초 발효된 ‘180일 한시적 예외 조항’을 근거로 만료기한인 2일까지 외교적 노력을 다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가 완강해 추가적인 예외조치나 완화방안 등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5월8일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한 뒤 8월7일 1단계, 11월5일 2단계 대이란제재를 부활시켰다. 1단계 제재복원 때는 이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2단계 제재복원에서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발효됐다. 우리 정부를 비롯한 8개국은 이란산 석유 금지조치에 대한 한시적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이를 연장하는 데는 실패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고, 이란산 석유 금지조치를 취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이란에 대한 제재 고삐를 더욱 죄기로 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란산 원유수입이 금지돼도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이란산 원유수입 비중이 크게 감소해 이란에 대한 원유 의존도는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복원 발표 때부터 각급 차원에서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한편 최악의 시나리오를 포함한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주장과는 달리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가 만료되면 국제유가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22일이다. 당시 미국의 발표가 있은 직후 국제유가는 3% 이상 급등해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원유시장에 이란산 원유 리스크가 반영됐다면 추가적인 인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게 되는 이란 측 타격은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30일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떨어뜨린다는 미국의 결정은 잘못됐다”며 “우리는 미국의 결정이 집행되고 실행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을 차단하면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원유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조치로 발생할 수 있는 원유 공급량 감소를 메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30일 러시아 RI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석유 재고를 살펴볼 것”이라며 “정상수준보다 높거나 낮으면 그에 따라 생산 수준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 원유를 대체해 시장의 수요에 맞출 준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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