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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이자 ‘친한’ 행보…31년 만에 퇴위한 아키히토 일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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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1 15:11:27 수정 : 2019-05-01 15: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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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아키히토 일왕 퇴위

"지금까지 행복했다"면서 일본 국민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재위 30년 3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전쟁 책임’이라는 부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과거 여러 차례 친한(親韓) 행보도 보인 인물이다.

아키히토 일왕(오른쪽)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쿄 고쿄(皇居)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에서 왕실 인사들과 중앙정부 각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퇴위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12세에 패전 본 일왕…전쟁 피해국에 연이은 발자국

 

1933년 쇼와(昭和) 일왕의 장남으로 태어난 아키히토 일왕은 12살 때 자국의 패전을 지켜봤다. 그는 전후 가정교사 등으로부터 민주주의와 ‘상징천황제’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며, 1952년 가쿠슈인대학 정경학부에 진학하고 같은 해 11월10일 왕세자가 됐다. 그는 1959년 미치코(美智子) 왕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다.

 

아키히토 일왕은 1986년 한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미치코 왕비의 건강 문제로 포기했다. 즉위 후인 1992년에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침략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혔으며, 1993년에는 전쟁 피해지역인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이후 피폭지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 그리고 과거 일본이 저지른 전쟁으로 피해를 본 중국, 사이판, 필리핀, 팔라우 공화국 등에도 잇따라 발자국을 남겼다.

 

◆“양국 우호 위해서라면 현지(한국) 사죄도 주저하지 않겠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자신의 생일 회견에서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기록돼 있다는 사실에서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6월에는 미국령 사이판을 방문하면서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도 참배했으며, 2007년에는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 씨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도 관람했다.

아키히토 일왕(맨 왼쪽)이 미치코 왕비와 함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쿄 고쿄(皇居)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에서 왕실 인사들과 중앙정부 각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퇴위 행사를 치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하자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일본 외무성 간부에게 왕비와 함께 방한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시 이러한 소식을 전했던 일본 매체 ‘여성자신’은 과거 아키히토 일왕이 “(일본) 정부가 원한다면 방한하고 싶다”거나 “나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우호를 위해서라면 현지(한국)에서 사죄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아키히토 일왕에 이어 즉위한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은 1일 “(일본)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즉위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날 아키히토 일왕에 보낸 서한에서 한일관계 발전 기여에 사의를 표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며 평화를 위한 굳건한 행보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나루히토 새 일왕에게 보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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