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만에 북·러 정상이 마주 앉게 되면서 회담 도시와 장소로 선택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관심이 쏠린다. 블라디보스토크가 낙점된 배경에는 역사적인 인연과 실리적인 목적이 모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외교가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지역 주요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는 북한·중국·러시아 3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소련연방 시절에는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모항으로 폐쇄적인 도시로 불렸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무역과 관광이 급속히 발전하며 극동지역의 주요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된 배경에는 이처럼 발전하는 신흥 도시로서의 장점도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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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안전 문제를 중요시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동 경로가 긴 모스크바나 다른 도시보다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를 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2002년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한 전례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개설, 철도 연결 등 다양한 협력 사업에서 상징성을 가지는 도시가 바로 블라디보스토크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신북방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기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극동연방대는 푸틴 대통령이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한 ‘신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만든 극동지역의 대표적 교육시설이다. 극동국립대·극동국립기술대·태평양국립경제대·우수리스크국립사범대 등 4개 대학을 통합한 학교로, 2000명 이상의 교수가 재직하고 2만3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앞서 에이펙(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회의 개최 이력도 많은 곳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은 항공기를 탈 수 있기 때문에 모스크바도 갈 수 있었지만, 그보다 아버지가 다녀온 길을 다시 간다는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것 같다”며 “북한 내부적으로 경제협력 등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하고, 북·미 협상 구도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내기에 적당한 장소”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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