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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기업서 철퇴 맞은 '소확횡'… "회사 피해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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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23 16:36:35 수정 : 2019-04-23 16: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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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공사, 기내 서비스용 물품 빼돌린 승무원들 조사 / "사규 위반한 것 드러나면 징계 방침" 강경한 입장 밝혀 / 법조계 "소확횡은 '놀이'일 뿐 범죄 아니란 생각은 착각"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직장인들 사이에 ‘소확횡’이란 말이 유행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란 신조어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의 줄임말이다. 형법상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범죄인 ‘횡령’ 바로 그것이다.

 

소확횡은 통상 직장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회사 물품을 가져가거나 함부로 사용하는 등 행위를 말한다. 회사에서 휴대폰 보조배터리 등 전자제품을 충전하거나 개인 자료를 출력하는 것, 회사 업무에 쓸 A4용지나 휴지 등 사무용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 등이 대표적인 소확횡으로 꼽힌다.

 

이런 소확행이 범죄인지 아닌지 직장인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어느 외국 기업에서 소확횡이 쌓이고 쌓인 결과 벌어진 일이 눈길을 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항공이 ‘좀도둑질’ 혐의로 기내 승무원들을 상대로 조사 중이며, 사규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이 조사한 결과 기내 승무원들이 절도의 대상으로 삼은 건 와인잔, 샴페인, 빵, 물티슈 등 승객 서비스에 제공되는 다양한 물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년간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수억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수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내 승무원이 가장 좋아한 물품 중 하나는 승객들한테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사측이 한 승무원의 집을 조사해보니 냉장고 안에 빼돌린 아이스크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간 국내에서 소확횡은 직장인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인지 일부 직장인은 자신의 시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사에서 들고 온 비품 사진을 올리는 이른바 ’소확횡 인증’을 스스럼없이 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13명을 대상으로 ‘소확횡이 죄가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소소한 수준이므로 전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26.2%, ‘횡령은 횡령이므로 무조건 죄가 된다’는 답변은 18.5%로 각각 집계됐다.

 

소확횡 유형은 휴대폰 보조배터리 등 전자제품 충전이 37.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업무 시간 중 인터넷 쇼핑 등 개인 업무 보기(27.7%) △개인 자료 출력(21.3%) △필기구 등 사무용품 가져가기(6.9%) △탕비실의 과자·음료수 가져가기(5.1%) 등 순서였다.

 

이번 캐세이퍼시픽항공의 사원 대상 진상조사와 징계 방침을 계기로 ‘소확횡도 지나치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회사 비품을 관리·보관하는 것이 직무인 직원이 회사 몰래 비품을 가져갔다면 횡령죄가, 그렇지 않은 일반 직원이 비품을 가져갔다면 절도죄가 각각 성립한다”며 “소확횡은 규모가 소소하니 죄가 되지 않는다고 가볍게 생각한다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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