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이어 옛 기법을 고수하고 있는 신봉균(56) 사기장이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4전시장에서 개인전을 연다.
신 사기장은 ‘지(地)·수(水)·화(火)·풍(風)으로 빚은 분청사기전’을 주제로 100여점을 선보인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진사·분청·귀얄·철사항아리를 선보인다. 가마 속 1300도의 불길 속에서 태어난 진사항아리는 전통 장작가마에서 막 끄집어낸 듯 열기를 가득 안고 있는 모습이다. 분청항아리는 넉넉하고 순박한 맛이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선이 잘 살아 있는 달항아리 형태라 부드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양한 시도가 담긴 귀얄문 분청도 눈길을 끈다. 바탕을 검게 한 뒤 꽃이나 물고기 문양을 긁어 하얀 속살이 드러나도록 한 물항아리와 화병, 주병, 대접, 편병, 장군, 자라병 등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 덤벙·정호·진사·삼도·입학·이라보·귀얄 자완(조선사발) 등의 찻그릇은 기품이 느껴진다.
신 사기장은 임진왜란 후 거의 명맥이 끊겼던 ‘조선사발’을 현대에 와서 재현, 부흥시키는 데 기여한 고 신정희 선생의 넷째아들이다. 그가 옛 방식을 고수하는 건 끊어진 맥을 다시 이어낸 아버지의 뜻을 잇는 일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예술인들에게는 전시가 까다로운 곳으로 알려진 ‘예술의 전당’에서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신봉균 사기장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35년간 흙, 물, 불, 바람과 씨름하며 강처럼 작도한 작품 중 소중히 간직해 뒀던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4년 도예계에 입문한 후 울산미술대전 입상,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부산공모전 특입선 등 다수의 성적을 거뒀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초대작가 등을 역임했다. 현재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서 ‘지랑요(旨郞窯)’를 운영하고 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