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를 전쟁 발발 시에는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대체복무자가 복무에서 무단으로 이탈하는 경우 공무원이 될 수 없다.
국방부는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 및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나란히 입법예고하고 9일 관보에 게시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 5조 1항의 병역 종류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2020년 1월1일 이전에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병역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83조 1항 제7의2의 ‘전시특례’ 규정을 신설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전시·사변이나 동원령이 선포된 경우 국방부 장관이 대체역으로의 편입 신청 및 편입을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종교적 병역거부자도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시에는 대체복무 대신 무기를 들고 전투 임무에 종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체복무자가 복무에서 무단으로 이탈하면 취업이 힘들어지고 다니던 직장도 잃을 수 있다. 병역법 개정안은 “대체복무요원 복무를 이탈하고 있는 사람은 공무원이나 기업체 임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고, 재직 중인 경우 해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제도를 병역기피에 악용하려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엄정한 처벌 조항도 만들어졌다. 우선 정당한 사유 없이 대체복무요원 소집을 3일 이상 기피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대체역 편입 목적으로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제출하거나 거짓으로 진술한 사람은 1∼5년의 징역에 처해진다.
대체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사람을 대리해 복무하는 사람도 1∼3년의 징역에 처해진다. 대체복무요원으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종교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변호사 또는 종교인 등의 조력을 받을 일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그들을 겨냥한 처벌 조항도 뒀다. 변호사나 종교인 등이 서류를 거짓으로 발급하거나 진술하면 1∼10년의 징역에 처해진다. 증인 또는 참고인이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진술해도 1∼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이들은 입영·소집일의 5일 전까지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대체역으로 편입을 신청을 할 수 있다.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신설될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대체역 편입 신청 등을 심사·의결할 수 있으며, 정무직인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미 확정된 대로 대체복무요원은 교도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 기관에서 공익에 필요한 업무를 하게 된다. 대체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이는 현행 21개월에서 오는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현역병 복무 기간의 2배에 해당한다.
국방부 측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조화시키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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