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과 쌀쌀함이 교차하는 4월은 뉴트로(Newtro) 여행이 제격이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풍(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취향과 젊은 층에 관심을 가지려는 기성세대의 소통통로다. 오랜 듯 오래지 않은 추억과 감성이 담긴 뉴트로 여행지를 경기관광공사가 소개했다.
1990년대 대학 신입생 하면 떠오르는 것은 경춘선과 통기타, 대성리다. 그 시절 대성리는 대학생 MT의 성지였다. 학과 동기 전체가 큰 방에서 정체불명의 찌개와 새까맣게 탄 밥을 먹어도 마냥 즐거웠던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좇는 여행이다. 밤이면 곳곳에 모닥불이 피워져 MT 촌이 한낮처럼 밝았던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대성리역 맞은편 구운천 주변에는 대형 민박과 팬션들이 MT 촌을 지키고 있다. 깔끔한 건물에 인조잔디 운동장을 갖춘 생경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새내기 환영 MT 중인 학생들을 만나면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르게 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갯벌과 조개, 라면으로 뉴트로 여행을 자극하는 곳이 경기 화성의 제부도다. 꾸불꾸불한 도로를 따라 힘들게 도착하지만 시원한 풍광과 갯내음이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도착해서 조개를 잡아 오겠노라며 호기롭게 갯벌로 향하지만 빈 그릇으로 돌아오기 일쑤인 관광객에게 조개탕 대신 끓여 먹는 라면 때문에 발생한 뉴트로다.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바닷길을 따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지금은 제부도가 브랜드화하면서 화성 실크로드가 조성됐고, 곳곳에 예쁜 포토스폿도 만들어져 산책은 물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용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음악과 통기타를 따라 낭만을 즐기려던 기성세대나 지금의 젊은 세대가 향수를 찾아 떠나는 곳이 한강변 미사리 카페촌이다. 크고 작은 카페 수십 개가 이어지는데 모두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곳이었다. 출연 가수 이름과 공연시간이 크게 적힌 알록달록 간판이 길가에 잔뜩 늘어서 발길을 붙잡던 곳이다. 미사리에선 맛과 분위기보다는 출연진이 카페 선택의 기준이었다.
지금은 미사강변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카페가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그 많던 7080 라이브카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래도 탁 트인 풍경을 즐기며 한강을 따라 걷고 자전거를 타기에는 여전히 좋은 곳이다.
양주 장흥은 1990년대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였다. 교외선 증기기관차가 하루 세 번 장흥역에 도착할 때마다 젊은 연인들이 쏟아져 나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장흥 주변은 경관이 좋은 데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특히 송추에서 이어지는 소머리고개, 기산저수지 방향으로 넘어가는 말머리고개는 구불구불 멋지게 휘어지는 운치 있는 길로, 당시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드라이브 코스의 히든카드였다.
지금의 장흥은 그때에 비하면 한적한 느낌이다. 그래도 머그잔을 주던 카페에 메모지를 붙이고 화사랑에서 막걸리를 마셨던, 마음속의 옛 추억 놀이터로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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