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봉길 의사의 의거 당시 폭발로 중상을 입은 무라이 쿠라마쓰(村井倉松). 그의 후손이 찾아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민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87년 전 중국 상하이 홍커우공원에서 단행된 윤 의사의 의거로 ‘원수 가문’이 됐던 이들이 오랜 세월을 넘어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8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되는 EBS의 다큐멘터리 대기획 ‘역사의 빛 청년’ 시즌 2의 첫편인 4부 ‘무라이(村井)의 안경’을 통해서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번 다큐에서 1932년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 제국주의 수뇌들에게 폭탄을 던지고 24세의 나이로 순국한 윤봉길 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진다.
‘무라이(村井)의 안경’은 1932년 4월29일 윤 의사의 상하이 의거 당일에 무대에 있던 일본인들에 주목했다. 당시 사망한 상하이 파견 일본군 총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側)의 피 묻은 셔츠는 일제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의 전쟁기념관 유슈칸(遊就館)에 전시돼있다. 반면 일제의 주(駐)상하이 총영사였던 무라이 쿠라마츠가 의거 당일 입었던 대례복과 안경은 지난 1992년 무라이 가문의 기증으로 각각 천안 독립기념관과 서울 양재동의 매헌 윤봉길의사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다.
무라이의 증손녀가 한국을 방문해 선조의 대례복과 안경 실물을 보며 상하이 의거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윤봉길 의사의 후손과 만나 화해의 악수를 나눈다. 윤봉길 의사의 후손과 폭탄을 맞은 일본인 후손의 만남이 방송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오후 9시50분에는 1928년 대만 타이중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장인이자 육군대장이었던 구니노미야 구니요시(久邇宮邦彦王)를 단도로 처단하는 의거를 결행하고 23세 나이로 순국한 조명하 의사를 다룬 5부 ‘우리가 당신을 기억하려면’이 방송된다. 윤 의사가 불세출의 독립 영웅의 반열에 올라있다면 ‘우리가 당신을 기억하려면’ 편에 등장하는 조명하 의사는 아직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년 독립운동가다. 커다란 업적에도 조명하 의사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이 이번 편의 시작점이다.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들과, 그렇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조건을 추적해 독립운동사(史)속에 현재의 우리사회가 가진 다양한 문제점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함을 역설한다.
진행을 맡은 이순재(85)씨는 일제강점기를 12년간 살아본 유경험자로서의 생생한 경험담과 균형 잡힌 안목으로 현장과 스튜디오를 종횡무진하며 질곡의 한국근현대사를 재조명한다. 또한 ‘청년을 귀하게’라는 주제 의식 속에서 청년을 대하는 한국사회, 특히 기성세대에 따끔한 자성의 목소리를 전한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다큐프라임 ‘역사의 빛 청년’ 시리즈는 지난 3월초 3.1운동 100주년 시즌1을 방영한 바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8, 9일 시즌2 2부작을 방영한다. 이후 4월 하순과 8월 광복절, 11월 광주학생운동 90주년까지 총 10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EBS 이승주(29) PD는 “독립운동사는 아직도 우리 일상과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불가분의 역사”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사 전반에 대해 지금의 한국사회가 다함께 생각해볼만한 의제를 새롭게 던져보고자 한다”고 시즌2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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