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방한 중인 벨기에 필리프 국왕의 부인 마틸드 왕비가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을 찾아 우리나라의 젊은 음악인들을 격려했다. 마틸드 왕비와 동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예종의 한 노(老)교수 손을 꼭 붙들고 있는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음악계에 따르면 마틸드 왕비와 김 여사는 이날 한예종 음악원의 바이올린 수업을 참관했다. 이 자리는 한예종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남윤 원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 원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1993년부터 2015년까지 22년간 한예종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고 현재는 한예종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수업 참관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할 때 김 여사가 김 원장 손을 꼭 붙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원장은 다름아닌 김 여사의 ‘스승’이다. 김 여사는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1974년 경희대 음대 성악과에 진학했는데 당시 김 원장은 같은 음대 기악과의 바이올린 교수였다.
김 여사는 1978년 대학을 졸업했고 김 원장은 그 한 해 전인 1977년 음대 교수로 부임해 둘이 ‘사제의 정’을 나눈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만 학과와 상관없이 교내 음악회나 각종 발표회 등을 통해 성악 전공자와 기악 전공자들이 서로 마주칠 일이 많은 음대 특성상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도 김 원장이 김 여사보다 겨우 5살 더 많아 ‘교수·제자’보다 ‘언니·동생’ 사이가 더 어울릴 법하다.
김 원장은 1983년까지 경희대 음대에서 교편을 잡고 그해 서울대 음대로 옮겨 계속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그러다 1993년 국내 최초의 예술 전문 대학교인 한예종이 개교하며 한예종 음악원 교수로 안착했다.
이날 벨기에 마틸드 왕비가 특별히 한예종 음악원을 찾은 건 벨기에에서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음악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가 해마다 여러 명의 한국인 수상자를 배출한 데 따른 것이다.
마틸드 왕비는 이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해마다 상위권에 입상하자 ‘어떤 교육을 실시하기에 그토록 성과가 좋은가’ 하고 궁금증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의 제자 중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2012년 3위)와 임지영(2015년 1위)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다. 김 원장 본인은 2001년과 2005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을 지낸 인연이 있다.
2014년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못지않게 권위가 높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에서 상위 6위 안에 든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5명 중 3명이 김 원장의 제자여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음악계, 특히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김 원장이 경희대·서울대 음대와 한예종 음악원 교단에 선 40여년 동안 한국이 바이올린 변방에서 국제콩쿠르를 휩쓰는 강국으로 발돋움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2014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에는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외국 유학을 많이 갔는데, 요즘 애들은 국내에서만 열심히 해도 된다는 것을 잘 안다”며 “영재교육원장으로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잘 돌보는 일에 열심히 매달릴 작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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