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숙박이 여행할 국가나 도시를 정한 다음 뒤따르는 부차적인 요소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은 집을 정한 뒤 거기에서 묵기 위해 여행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등장한 뒤 생긴 변화죠. 기존 숙박업계도 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서 룸메이트 세 명이 인근 콘퍼런스 참가자들에게 요금을 받고 거실에서 간이 매트리스(air bed)와 아침 식사(breakfast)를 제공하면서 첫발을 내디딘 에어비앤비는 191개국에서 게스트 4억명(누적)의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주거공간 및 숙박공유가 익숙지 않은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전파되면서 국내 이용 게스트가 2016년 101만명에서 지난해 290만명으로 3배로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의 에어비앤비 코리아 사무실에서 김은지 비즈니스 총괄대표(컨트리 매니저)를 만나 ‘공유’를 통해 에어비앤비가 추구하는 가치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에어비앤비의 확산을 통한 변화는 국내에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도다. 강원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서포터즈로 참여했던 에어비앤비는 최근 삼척시와도 MOU를 맺고 관광객 늘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강원 지역의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벌어들인 수입 중간값은 연간 391만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김 총괄대표는 “강원도의 사례는 물론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접근권이 향상되면서 전통적으로 관광지가 아니었던 지역도 관광지 혜택을 받을 길이 열렸다”며 “에어비앤비는 모든 사람이 어디에서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여행을 돕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숙박과 다르고 관광산업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 문화를 대하는 태도나 행실 등에서 기존 여행객과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 지역의 한 호스트의 경우 집에서 키우는 닭 울음소리에 대해 여행객의 반응이 크게 둘로 나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한 여행객의 경우 “닭 울음소리에 아침을 맞이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여행객 쪽은 “소음을 멈춰달라”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김 총괄대표는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며 “상호 리뷰를 남기고 슈퍼호스트제도 등을 통해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를 받아들인 숙박업체들도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최근 한류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실제 관광객은 중국이나 일본 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미국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여행객을 유치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김 총괄대표는 “다양한 국가의 게스트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문하는 가운데 장기간 체류도 늘고 있어 업자에게 유리하다”며 “에어비앤비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로컬 브랜드 호텔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이용자 중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많다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또 기존의 초기 공유경제 모델들이 플랫폼 중심의 경제 구축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경험과 신뢰에 기반한 ‘사람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점도 장기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 총괄대표는 “에어비앤비는 본질적으로 개방된 플랫폼인 만큼 세계인이 의미 있는 경험을 공유하며 가까워지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포용과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개개인이 어우러져 신뢰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