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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음란물 유통 막을 것"…정부 규제 비웃나? 다시 고개드는 포르노 사이트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13 05:00:00 수정 : 2019-03-13 17: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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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몰래카메라 등 성(性)과 관련한 불법 촬영물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면서 이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각종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가해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어 관련 법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2차 피해'도 상당해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 올해 1~7월 디지털 성범죄 정보 심의 건수는 7648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 접속차단 7461건, 삭제 106건 등 모두 7567건에 대해 조치가 이뤄졌는데요. 방심위는 사용자 신고 등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접수되면 해외사이트는 접속차단, 국내 사이트는 삭제 등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가 강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입니다. 최근 5년간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인원은 7446명에 달했지만,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8.7%(647명)에 그쳤습니다.

 

음란물을 유포한 경우에는 같은 기간 재판을 받은 인원 1680명 가운데 징역, 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30명으로 1.8%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가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영상 삭제'입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땐 이미 이미 많이 퍼진 상태라 손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전문가들은 인터넷 특성상 불법 촬영물이 매우 짧은 시간에 광범위하게 유포된다며 특히 한번 유포된 영상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처럼 다시 살아난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사람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로드돼 모니터링과 삭제 작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영상이 올라가면 삭제가 어려워 사이트 차단이 이루어지는데, 우회 프로그램으로 접속이 가능해 일반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피해는 크지만, 가해자를 처벌할 방법은 요원한 현실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의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렵고, 법적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불법 촬영 및 불법 촬영물 등의 유포자는 대부분 불구속 상태를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 촬영물에 대한 증거의 은닉, 폐기 나아가 2차 유포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3자가 유포한 경우 가해자를 잡는 게 더 어려워지는데요.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어 수사가 가능하지만, 제3자가 피해 촬영물을 유출한 경우 설령 잡아내도 '불법 촬영물인 줄 몰랐다'고 발뺌할 경우 강력한 형사처벌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리벤지 포르노는 헤어진 연인에게 불만을 품고, 사귈 당시 촬영한 성적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워도 지워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불법음란물

 

상황이 이렇자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촬영대상자의 의사를 무시한 촬영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복제물을 무단으로 퍼뜨렸을 경우에도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현행법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퍼뜨릴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했는데요.

 

촬영 당시에는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그 의사에 반대 촬영물을 퍼뜨리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두 경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는데요.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유포한 경우에는 현행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처벌만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미국도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미국 뉴욕주에서 리벤지 포르노 행위를 하면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뉴욕주 상·하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리벤지 포로노 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해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리벤지 포르노 행위로 적발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3000달러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법안은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가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모두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법원에 요청해 관련 영상과 사진을 삭제하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는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가 자신의 이미지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삭제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을 적용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리벤지 포르노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시민권리구상' 등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사용자 8명 중 1명은 합의가 되지 않은 포르노물의 피해자인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 때문에 리벤지 포르노를 범죄화하기 위한 각 지역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뉴욕시의회도 2017년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등 이미 40개 주가 관련 법안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뉴욕주의회는 2013년부터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던 뉴욕주상원의 반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美 리벤지 포르노 적발시 '징역형'…형사처벌 강화 추세

 

이렇듯 많은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의 사용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이 가해자 중심의 영어표현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리벤지라는 말 자체에 피해자가 복수를 당할 만한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뉘앙스가 있어 리벤지 자체를 정당화하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데요.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 표현 자체가 '남성의 언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까맣게 모르는 사이 인터넷 음란 사이트에 동영상을 유통하거나, 소규모 친구 집단 사이에 공유하는 형태도 있을 수 있는데요.

 

이는 복수가 아니라 상업적 이익이나 흥미를 추구하는 경우여서 리벤지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포르노라는 표현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끼리 촬영한 영상물을 마치 불특정 다수를 위해 작정하고 찍은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여성 피해자에게는 "그런 걸 왜 찍었냐", "거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쏠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국 등에서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표현 때문에 주로 피해자인 여성들이 상당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클레어 맥글린 영국 더럼대 법대교수는 좀 더 정확하고 포괄적인 의미를 담아 '영상기반 성적 학대(image-based sexual abuse)'라는 용어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가해자 중심적이라는 지적은 계속 제기되어 왔다"며 "특히 포르노라는 단어는 상업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성적 흥분을 느끼기 위한 도구 정도로 인식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에 사용할 용어로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대책 발표 1년…가해자 처벌도, 피해자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한편 경찰은 불법 음란물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끝장 단속'을 벌이고, 적발 되면 구속을 원칙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2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조정회의를 열고 '웹하드 카르텔 방지 대책'을 내놨는데요. 불법 음란물을 유통하는 웹하드 사업자와 필터링 업체, 디지털 장의업체 사이의 유착관계를 완전히 끊어놓는 게 이번 대책의 목표입니다.

 

이에 경찰도 불법 음란물 유통이 근절될 때까지 '웹하드 카르텔'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경찰은 "관계 기관 간 긴밀한 협업이 이뤄지면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과태료나 등록 취소 등 행정 제재, 불법 수익에 대한 적극적인 세금 징수 등 종합적·입체적 제재가 가능해져 웹하드의 불법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관련 법령에 따른 적극적인 음란물 삭제·차단 및 게시판 폐쇄가 병행된다면 웹하드 내 음란물 유포를 원천적으로 근절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불법 음란물 유통을 막겠다며 팔을 걷어붙였지만, 되레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음란물과 이를 차단하는 규제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인데요. 불법의 기준을 확립해 유해 사이트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음란물 개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음란의 개념이 법에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모든 음란물이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성인영화는 '합법적인 야동'으로 취급되는데요. 실제 성관계를 하지 않고 출연자의 음모나 성기 등이 노출되지 않은 콘텐츠는 합법적 음란물에 해당합니다.

 

다만 전문 배우들이 동의 하에 촬영한 성인영화라 해도 심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법이 됩니다.

 

유해 사이트 차단 기준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유해 사이트 차단 기준은 불법 여부입니다. 하지만 불법성 여부에 대한 방심위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 유해 사이트 리스트는 방심위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차단 결정은 방심위의 몫인데요. 방심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라 불법 유해 사이트를 정하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포르노 사이트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섣부른 정책의 실패 사례라는 시각도 있다"며 "포르노 영상물 접속을 막겠다는 정책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대책이 발표된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가해자 처벌도, 피해자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금도 피해자들은 음란물 삭제 요청을 한 후 2~3일은 기다려야 하는 실정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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