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19년째 쇠창살에 갇힌 무기수 김신혜(42)씨의 재심이 시작됐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까지 받은 무기수가 재심을 받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김씨는 결백을 주장하며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반면 검찰은 법원의 재심 결정에 반발할 만큼 김씨가 진범이라고 확신한다. 재판부는 일단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들어 재심을 결정했을 뿐 김씨의 무죄 가능성에 대해 어떤 예단도 하지 않은 상태다. 사건 쟁점을 두고 재심 법정이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
6일 재심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광주지법 앞에 선 김신혜씨. 연합뉴스 |
김씨의 아버지(당시 53세)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시신에는 외상 흔적이 없었다. 다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303%나 됐고,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 검출됐다. 시신 발견 이틀 뒤 경찰은 친딸 김씨(당시 23세)를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다. 김씨는 수면제 30알을 양주에 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후 수사과정에서 아버지 김씨 이름으로 8억원 상당의 상해, 생명보험 8개가 가입돼 있던 사실이 밝혀졌고, 집에서 살해계획을 정리한 것으로 볼 만한 김씨의 수첩도 나왔다. 김씨의 이복여동생도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성추행 사실을 안 언니가 살해했다고 진술하면서 경찰은 김씨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 |
‘김신혜 재심청원 시민연합’이 2017년 2월 광주고검 앞에서 공개한 김씨의 옥중서한. 연합뉴스 |
김씨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에도 뒤집어지지 않았다. 김씨는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까지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2001년 3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복역 중에도 “죄가 없다”며 교도소 내 노역을 거부하는 등 무죄를 주장했다. 교도소 내 노역을 거부하면 가석방, 감형, 귀휴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 수사과정에 위법성 인정돼...검찰의 유죄입증 관건
김씨는 복역 중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법률구조단의 도움을 받아 2015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신청 사유는 당시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2인 1조의 규칙도 지키지 않고 허위로 수사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입수했다는 살해계획이 담긴 수첩도 김씨가 연극배우를 하며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진술과정에서도 폭행과 가혹행위가 발생한 정황이 포착됐다.

재판이 다시 시작된 만큼 검찰은 다시 김씨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이에 맞선 김씨는 6일 재심의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한 뒤 “재심을 기다리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 또 재심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억울한 옥살이가 계속되지 않도록 열심히 싸워서 꼭 이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