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그녀를 처음 본 내 느낌은 이랬다.
‘새침한 미스코리아 출신의 서울대를 나온, 집안이 빵빵한 금수저 연예인’

그랬던 이하늬(사진 왼쪽)가 어느날 남자 연예인 4명(김구라,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과 함께 낯선 시골마을로 4박 5일간 여행을 갔다. MBC 예능 프로그램 ‘사남일녀’(2014년 1~5월)에서 여자 출연자는 그녀 혼자였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많은 시청자에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하늬라는 배우를 살짝 다르게 볼 수 있게 했다. 당시 씻는 것은 고사하고, 숲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볼일(?)을 신속하게 처리한 이야기는 후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골탕먹이는 단골 소재로 애용되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낸 뒤 그녀는 뷰티나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MC로 나섰고, 간간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다른 배우에 가려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리던 가운데 2017년 상영작 영화 ‘부라더‘에서 이하늬(사진)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포텐’이 터지고 말았다. 형제역의 마동석과 이동휘 사이에서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잡아줬다. 코믹한 연기뿐만 아니라 판타지인지, 현실인지 도대체 분간할 수 없었던 그녀의 출구 없는 매력 발산에 힘입어 배우 이하늬를 제대로 많은 이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올해 초 떨리는 볼살마저 연기(?)였다는 호평을 받은 영화 ‘극한직업’에서 현실 마약반 여형사를 제대로 소화해 낸 이하늬(사진)는 명실상부 코믹 연기는 기본이요, 액션을 더 잘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이런 여배우는 없었다’는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배우로 우뚝 섰다.

아직 영화 극한직업에서의 ‘장 형사’를 잊기도 전에 이하늬(사진 왼쪽)는 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현란한 말발과 깡, ‘전투력’을 갖춘 ‘권력의 충견’ 박경선 역으로 안방극장까지 섭렵하려 하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 애교까지 덤으로 얹은 열혈검사 박경선이 배우 이하늬를 통해 어떻게 탄생할지, 드라마가 방영 초반을 달리고 있지만 매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사람의 첫인상은 만나자마자 30초에 좌우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몇년 간 지켜본 배우 이하늬는 30초가 남긴 첫인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태주 시인이 그랬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오늘 곁에 있는 사람이 살짝 마음에 들지 않고, 까칠해 보이더라도 일단 오래 한번 봐보자. 성급한 판단과 엉터리 첫인상으로 어쩌면 좋은 배우 한 명을 잃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 MBC ‘사남일녀’·영화 '부라더'·'극한직업'·SBS '열혈사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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