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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의맛깊은인생] ‘같지만 다른’ 나고야의 장어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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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9 20:52:52 수정 : 2019-03-18 15: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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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 하면 많은 사람이 장어덮밥인 히쓰마부시를 떠올린다. ‘나무 밥통’을 의미하는 ‘히쓰’와 ‘섞다, 묻히다’라는 뜻의 ‘마부시’가 합쳐진 말로, ‘호라이켄’이라는 식당이 장어를 배달하던 나무 그릇이 자주 깨져서 깨지지 않는 나무로 그릇을 만든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호라이켄에서 맛본 히쓰마부시는 소문대로였다. 장어덮밥이 담긴 나무통 뚜껑을 열자 붉은색 양념을 한 장어가 담겨 있었다. 그 아래엔 잘 지은 밥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한 젓가락 떠서 먹었다. 장어는 혀 위에서 사르르 녹았다.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는 장어덮밥을 두고 “밥과 장어 양의 배분을 걱정하면서 주의 깊게 먹어나가는 즐거움”이라고 했는데 그 표현이 그토록 절묘할 줄이야. 먹을수록 밥과 장어가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였으니까.

 

히쓰마부시와 함께 나고야의 명물 요리로 꼽히는 것이 데바사키다. 닭날개 튀김인데, 한국의 치킨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튀김옷이 얇고 후추와 소금을 잔뜩 쳤다. 처음 만든 곳은 ‘후라이보’다. 1963년 개발했다. 하지만 대중화시킨 곳은 ‘세카이노 야마짱’이다. 후라이보보다 간이 더 세고 조금 더 짜다.

 

나고야식 아침식사라는 게 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커피에 버터나 잼을 바른 토스트 한 조각과 삶은 계란 또는 스크램블 같은 간단한 계란 요리를 곁들이는 것이다. 오전 7시부터 문을 여는 대부분의 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데 오전 11시까지 이 세트를 400엔 내외의 가격에 판다. 11시 이후에는 커피만 400엔을 받는다. 유명한 커피 체인점인 ‘고메다 커피’가 이 모닝세트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나고야는 팥이 유명해 딸기잼이나 버터 말고 팥을 발라 먹을 수도 있다. 카페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며 커피 한 잔과 토스트를 즐기는 나고야 사람을 보고 있자니 한국 카페에도 이런 세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고야에서 먹은 음식 중 그다지 특별한 건 없다. 장어덮밥과 닭날개 튀김, 그리고 커피와 토스트.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람 사는 데 특별한 것은 없다. 다 거기서 거기다’이다. 나고야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잘 생각하면 같지만 뭔가 다르다. 이 뭔가 다른 걸 발견하는 지점에서 재미가 발생한다. ‘장어덮밥을 나무솥에 하고 4등분해서 먹을 수도 있군.’ ‘닭날개에 소금과 후추만으로 양념을 하니 이런 맛이 나는군.’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는 커피를 마시면 토스트를 주다니.’ 그게 바로 ‘나고야식 아침이로군’처럼 조금 다른 걸 발견하고 인정하고 즐기도록 하자. 그럴 때 우리 여행은 한층 풍성해질 것이고, 인생은 조금 더 너그러워질 테니까.

 

최갑수 시인 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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