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처럼,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예금보험 제도입니다. 금융위기는 예상치 못할 때 찾아옵니다.”
기획재정부에서 1000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면서 잔뼈가 굵은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예금보험 제도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일부에서 예금보험료 인하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자칫 ‘안전불감증’이 퍼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얘기였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공사 본사에서 만난 위 사장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언제든 각종 금융위기에 놓일 수 있다”며 “이제 가능하면 국민 세금인 재정이 아니라 금융계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위 사장과의 일문일답.
기획재정부에서 1000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면서 잔뼈가 굵은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예금보험 제도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일부에서 예금보험료 인하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자칫 ‘안전불감증’이 퍼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얘기였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공사 본사에서 만난 위 사장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언제든 각종 금융위기에 놓일 수 있다”며 “이제 가능하면 국민 세금인 재정이 아니라 금융계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위 사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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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예금보험 제도의 현실과 비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국정감사, 새로운 비전 마련 등으로 숨 가쁘게 달렸던 시간 같다. 예보공사의 업무 향상과 새로운 비전을 위해 사회적가치 경영부와 리스크평가실을 신설했다. 또한 대규모 인사를 통해 조직분위기를 쇄신하고 젊고 유능한 인력을 부서장에 신규 배치했다. 조직 개편 이외에도 캄보디아 사업장에 방문했다.”
―7년 연속 금융성기금 중 가장 높은 등급을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예보공사는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상호 견제와 균형 기능에 충실히 하고 있다. 아울러 시장상황 변화에 대응해 탄력적인 운용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당시 금리가 올라갈 시기에는 투자자금의 평균회수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다른 금융성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기금운용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이 좋게 평가된 게 아닌가 싶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의 후유증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해외로 투자한 자산 중 대략 80%가 캄보디아에 있다. 당시 캄보디아 투자 열풍이 불었을 때다. 회수해야 하는 투자금만 약 6000억원이다. 우리 기업의 채권이 절반 이상이고 현지에서 40% 정도 지분이 있다. 하지만 절반이 되지 않은 현지 지분이 우리 측의 결정권을 좌우하는 형태다. 기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한계가 있다. 가압류 신청 등 법적 조치를 하려고 해도 현지인이 로비 등을 통해 이를 막는다. 캄보디아 회수금 문제만 해결되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을 위기에 처한 투자자 1만여명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안타깝다.”
―새로 신설한 리스크 평가실의 역할은 무엇인가.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감독원과 역할이 다르다. 금감원은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조치하는 역할이다. 예보공사의 리스크 관리실은 일부 금융기업의 재정 리스크(Risk)를 평가하고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조치하는 것이다. 다만 기업들이 잦은 점검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금감원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조사도 한꺼번에 진행한다. 리스크 요인을 개선해 예보기금과 납세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우리 임무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당시 27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이후 2017년 말 적자를 벗어났다. 현재 상황은.
“당시 공사는 총 31개 저축은행을 지원해 차질없이 정리했고, 현재 회수율의 45% 상당인 12조2000억원을 받아냈다. 또한 지속적인 예보기금 적립 등을 통해 순자산규모는 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시기 기준으로 12조7000억원의 예보기금이 적립됐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제위기였던 IMF 금융위기 당시 111조원이 투입된 것을 고려하면 비슷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없다. 특히 저축은행 관련 기금은 아직 순자산 부족상태다.”

“앞서 말했듯이 IMF 금융위기 당시 부실 금융회사에 111조원이 투입됐지만 지금까지도 52조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또한 예보기금의 업권별 적립률이 2011년 설정된 목표규모에 미달된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권 역시 지난 영업정지 사태 이후 27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갔는데 회수된 금액은 12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보험사, 저축은행에 대한 예보료율 인하는 당분간 곤란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불만을 최소로 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
―오늘날 저축은행 업계의 가장 큰 리스크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한 예보공사 대책은 무엇인가.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저축은행 대출금 환수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로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업계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확보하고 엄격한 사업성 평가 등을 통해 대출을 취급하도록 강화하고 있다. 리스크에 노출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취급 추이, 자산건전성 추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큰 위협요인이다.
“그렇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1500조원을 넘어서며 금융시스템과 경제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책당국의 지속적인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통해 증가세가 둔화되는 시점이지만, 부동산시장 여건 변화 등에 따라 가계대출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예보공사는 금융회사별 가계부채 변동 추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현장점검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은 최근 최대 당기순이익을 일궈내는 등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경영여건이 좋을수록 잠재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저축은행은 신용도가 낮은 소규모 기업과 서민들에게 금융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장점이 있다. 다만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집중하기보다는 분산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운용해 리스크를 최소로 해야 한다. 또한 서민과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공익적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권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은 현행 회계제도상으로는 양호해 보이나 오는 2022년 도입될 회계기준인 IFRS17에 대비해야 한다.”
―예보공사의 대표적인 역할이 개인의 예금을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한도가 적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은 예금보험료 인상을 불러일으키면서 금융업계의 부담과 자금이동 발생에 따른 시장 혼란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도가 인상된다 하더라도 예금보험료가 금융소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는 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잘못 송금한 피해자를 대신해 예금보험공사가 돈을 돌려주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날 금융서비스는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방식으로 달라지고 있다. 송금이 손쉬워지는 대신, 계좌번호 등을 잘못 입력하는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2017년 기준 착오송금 건수만 9만2000여건이었고, 피해금액만 239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약 1100억원은 피해자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이를 대신해 예보공사가 착오송금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착오송금액을 회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도가 정착되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어떤 활동인가.
“사실이다. 최우수 사례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예보공사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파산한 은행의 자산 중 방치된 부동산, 아파트부지 등을 청년과 지역주민,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빈 상가건물을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도예체험 장소로 제공하고, 농가의 농산물 판매 및 홍보장소로 탈바꿈했다. 사업 이후 인근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더라. 또한 방치된 부동산의 가치도 증가하는 효과도 있었다.”

“예보공사의 핵심가치는 신뢰, 포용, 공익 이 세 가지다. 이에 맞춰 최고의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따뜻한 인성과 청렴성을 겸비하고 공익을 위한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을 원한다. 또한 신입직원 채용 시 서류전형부터 필기전형, 최종면접 등 채용 전 과정에 걸쳐 완전한 블라인드 제도를 실시한다. 출신지와 학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얼굴 사진도 보지 않는다. 최근 신입직원을 보니 절반 정도가 여성인 데다 이번 부장·팀장 인사에 여성이 포함된 만큼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 아울러 채용 전 과정에서 내부감사인과 외부 면접관 입회를 통해 공정한 평가에 노력을 기울인 것이 특징이다.”
대담=박희준 경제부장, 정리=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전남 여수(1960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기획예산처 산업재정1과장 △건설교통재정과장 △공공혁신본부 제도혁신팀장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정책총괄과장 △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 △국고국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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