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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귀스타브 도레 지음/박상진 옮김/한길사/25만원 |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media)은 ‘13세기 인간의 손으로 빚은 문학의 절정’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신곡이 135점의 삽화로 재현되었다. 대형 판형의 그림책이다.
한길사는 아날로그 책(종이책)의 미학을 살리기 위해 세계문화사에 이름을 알린 책을 재간행하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19세기 유럽 미술을 대표하는 귀스타브 도레(1832∼1883)가 그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은 그 두 번째 기획이다. 500부 한정 부수로 특별 제작됐다.
인간의 삶을 보다 깊고 섬세하게 포착하려는 열망이 있었던 도레는 25살 때 단테의 신곡을 읽고 감동했다. 1년여에 걸쳐 글로 묘사된 장면들을 삽화로 그려냈다. 삽화집은 지옥(Inferno) 75점, 연옥(Purgatorio) 42점, 천국(Paradiso) 18점 등 모두 135점으로 구성되었다. 흑백 삽화로 그려낸 단테의 신곡은 현대의 어떤 기술 매체를 동원한 재현보다도 단테의 내면 세계를 기품 있게 전달한다.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신곡은 후대에 성경에 견줄 만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재현했다. 이를테면 “탐욕과 인색에 찌든 이들은 지옥에서 형벌을 받는다”는 속설을 보다 선명하게 묘사했다. 훗날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등이 극찬할 정도로 빼어난 삽화가 들어간 이 그림책은 그 자체로 새로운 고전이 됐다. 이후 도레의 삽화는 단테의 신곡 거의 모든 판본에 실렸다.
신성한(Divina) 희극(Commedia)이라는 뜻의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으로 이루어진 사후 세계를 일주일 동안 순례한 여행담이다. 단테는 신곡에서 내세를 순례하는 목적이 자기 홀로의 구원이 아니라 인간 전체의 구원임을 전한다. 단테의 신곡은 출간 당시 기독교 보수세력에 의해 금서로 지정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문학작품이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런던순례여행, 돈키호테 등 도레가 그린 다른 작품도 큰 책 판형으로 곧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이런 큰 책은 디지털적인 흐름에 반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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