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노래를 발표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래퍼 산이에 대해 한 역술인이 블로그에서 내린 평가다. 이 역술인은 페미니스트 논란이 있어 산이의 사주를 풀어봤더니 “문제를 타고났다. 연애나 결혼 역시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사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주풀이라며 악담을 퍼뜨린 것이다.
8일 네이버에 ‘유명인 사주팔자’를 검색하면 관련된 블로그가 무려 999건이나 등장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명리학을 공부한다거나 철학원을 운영한다며 정치인·연예인 등 이슈화된 인물의 공개된 생일 정보를 토대로 사주를 풀이해 올린 글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국운이나 대북관계를 예측한다는 게시물도 있다. 같은 인물이나 사안을 두고도 분석이 천차만별이다. 검증되지 않은 역술인들이 운세를 점친다는 명목으로 유명인의 사주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풀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 |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연예인 사주'. |
일부 역술인들은 지난달 18일 발생한 강릉 펜션 사고로 숨진 학생들을 두고 점을 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이름을 가지고 ‘이름풀이’라며 이들의 운명과 사고에 대해 논하는 식이다. 심지어 한 역술 블로거는 “사주를 푼 결과 강릉 펜션 사고는 타살이 의심된다”며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이 보일러를 만졌을 것”이라는 낭설을 퍼뜨리기도 했다.
운세를 점쳤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악의적 내용을 서술하면 관련법에 저촉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르면 이용자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켜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명인 사주풀이 자체가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당초 운세를 점치는 것이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주풀이는 생년월일과 함께 태어난 시각을 알아야 하는데 공개된 정보는 대부분 생일뿐이다. 한 역술인은 “블로그에 올라오는 유명인 사주풀이는 상당수 태어난 시각이 없는 삼주풀이”라며 “기초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악의적 운세풀이는 당사자에겐 큰 상처라며 역술 블로거들에게 경각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법학과)는 “그 누구도 타인의 미래에 멍에를 지울 권리는 없다”며 “제3자가 길흉화복을 미리 말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고 사회적으로 유포했다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도 “당사자한테 동의를 구하고 운세를 보는 게 기본”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 피해를 주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