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일본 정보기술(IT) 회사인 넥스트비트는 지난해부터 사내에 남·녀로 구분해 수면실 2곳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수면실은 낮잠을 유도하는 아로마향이 감돌고, 소음이 철저히 차단돼 있다. 또 누울 수 있는 소파는 물론 휴대폰, 태블릿 PC, 노트북 반입을 금지시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넥스트비트의 임원 에미코 수미카와는 교도통신에 “균형잡인 식단이나 운동만큼 낮잠은 직원들의 능률을 높이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잠을 충분히 자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도 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크레이지는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 자는 직원들에게 구내 카페에서 음식과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수면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깔도록 했는데 직원들은 연간 최대 6만4000엔을 적립할 수 있다.
일본 회사들이 이런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건 직장인들의 수면시간이 다른 나라와 견줘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2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 성인은 하루에 평균 6시간35분 정도 자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평균보다 45분 적은 수치였다. 이 조사에서 수면시간이 많은 국가로는 핀란드 여성(7시간45분)으로 나타났고, 에스토니아나 캐나다, 벨기에 국민들도 상대적으로 수면 시간이 많았다. 건강기능성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푸지 료키에 따르면 일본 20세 이상 성인의 92.6%는 잠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낮잠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은 일본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일본은 업무 중에 조는 행위를 의미하는 ‘이네무리’라는 문화가 있는데 근면의 상징이지만 직급 별로 조는 자세를 구별하는 등 경직된 관습으로 지적됐다.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의 이런 변화에 맞춰 근로자들이 점심을 먹고 최대 30분간 낮잠을 곳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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