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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30년만에 엄마와 절도범 아들 만남 주선한 형사

입력 : 2018-12-27 19:09:27 수정 : 2018-12-27 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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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송동근 기자 sdk@segye.com

“형사님, 접니다. 얼마 전 출소했는데 형사님에게 제일 먼저 전화하고 싶었습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형사과 이성민(45·사진) 경사는 지난 6월 출근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휴대전화로 “형사님 덕분에 가족들 도움으로 일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A(45)씨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경사와 A 씨의 사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이들은 2015년 5월 형사와 절도범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A씨는 수원 일대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돌며 21차례에 걸쳐 절도 행각을 벌였고 이 경사가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22살이던 1995년부터 같은 범죄를 반복해 절도 전과가 이미 7건에 달했다.

 경찰서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A씨에게 이 경사는 “왜 이렇게 잘못을 반복하느냐”고 물었다. A씨는 “출소할 때마다 제대로 살아야지 다짐하지만 의지할 가족이 없어서 그런지 마음대로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A씨가 중학생일 때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며칠씩 집을 비우고 일을 하던 어머니와 연락이 끊겼고, 이후 쭉 혼자 지내며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한 사실을 알게 된 이 경사는 A씨에게 어머니를 찾아주기로 마음먹었다.

 A씨의 호적을 살펴보고 그의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 경사는 A씨 어머니 앞으로 가입된 휴대전화까지 파악한 뒤 모자에게 통화를 원하는지 묻고선 경찰서에서 영상통화로나마 30여년 만의 만남을 주선했다.

 A씨와 어머니는 휴대전화 화면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그리움과 안타까움, 서러움에 오열했다. 짧게나마 어머니와 재회의 시간을 가진 A 씨는 경찰 수사를 마저 받은 뒤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수감된 동안 교도소로 면회를 가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정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A씨는 출소한 뒤 어머니와 형제들이 있는 경기 평택에서 살고 있다.

 출근길에 A씨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은 이 경사는 경찰로 근무한 지 16년 만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는 감정이 북받쳐 잠시 차를 세우고 눈물을 흘렸다. 이 경사는 27일 “나와 나이가 같은 A씨가 이방인처럼 사회 밖으로 떠도는 모습이 안타까워 어머니를 찾게끔 도와줬고, 그로 인해 출소와 수감을 반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그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새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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