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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진압·인명구조 촌각 다투는 와중에… 사고 수습보다 상부 보고가 우선이었다 [제천 화재 1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

입력 : 2018-12-20 19:50:21 수정 : 2018-12-20 21: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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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1년 / 중대본 라이브 중계 지시 등에 시달려 / 현장 소방대원들 제역할 못하는 상황 /“세월호 겪고도 달라진 것 없다” 지적 /“재난시 현장 지휘 방해 요소 제거 필요” “잘 안 보이잖아, 좀 더 돌려봐.”

지난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 당시, 현장 지휘차량에 달린 카메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중대본) 관계자는 답답한 듯 전화상으로 촬영 조정 지시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카메라 각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화재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지휘차량은 불법주차 차량과 뒤엉킨 좁은 이면도로에서 ‘윗선’을 위한 라이브 중계를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 했다.
2017년 12월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첫 신고를 받고 7분여 만에 가장 먼저 화재현장에 도착한 ‘선착대’ 소방대원들은 현장 상황 파악을 비롯해 건물내부 진입과 인명구조, 화재진압 등을 하느라 촌각을 다투는 와중이었지만 중대본의 촬영 지시는 계속됐다. 차량 4대와 인력 13명의 선착대 규모로는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등 현장수습을 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부 보고까지 신경 쓰느라 모든 대원이 제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또 다른 현장인 119신고센터에서는 정치권과 관계기관, 언론 등의 전화 세례로 수화기를 내려놓을 틈이 없었다. 이로 인해 화재현장에서 들어오는 각종 신고와 제보를 접수해 현장 대원에게 전파해 주는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1년 전 ‘제천 화재’는 69명의 사상자와 20억35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20일 소방 및 정부 관계자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중대본 등 재난 대응을 위한 관련 지휘체계 전반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화재진압 후 20여일가량 지나 합동조사단이 △건물 구조 취약성 △안전관리 부실 △구조대의 역부족 등이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종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이런 내용은 빠져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장에 도착한 해양경찰청 대원들은 승객 구조가 시급한 마당에 세월호 침몰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지휘부에 보고하느라 바빴다. 
참사 1년 상흔 간직한 건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6일 불에 그슬린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지붕에 흰 눈이 쌓여있다.
제천=뉴시스

아울러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현장 영상과 구조 현황 등 관련 정보를 줄기차게 요구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구조대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보다 방해한 꼴과 다름없었던 셈이다.

제천 화재현장에서 활동한 한 소방 관계자는 “사고 발생 초기에 현장이 아닌 상부의 지시에 신경을 써야 하고 전방위적인 연락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는 매뉴얼에 따라 역할과 단계를 나눠 대응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며 “재난 시 현장지휘소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 대한 연구·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영·이창훈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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