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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채 잡히고 햄버거로 얻어맞고…'고객 갑질' 되풀이되는 이유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8-12-07 06:00:00 수정 : 2018-12-07 11: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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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앞에선 '분노조절장애' vs. 강자 앞에선 '분노조절잘해'

분당신도시의 한 유명 백화점 직원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행당한 속옷매장 직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속옷매장 직원 A씨는 "지난 10월20일쯤 있었던 일인데, 50대로 보이는 부부가 매장을 와서 응대했다"며 "여성 고객이 '이 회사 제품은 왜 이렇게 비싸냐' '사이즈는 이상하게 나오냐'고 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뒤로 내게 먼저 욕을 하고, 심지어 우리 부모님 욕까지 했다"며 "나중에는 '잠옷 원피스를 가지고 오라고 해 너무 무서워 다른 잠옷을 가지고 갔더니 소리를 지르며 매장에 있는 집기를 내게 던지고, 머리채도 잡혔으며, 무릎까지 꿇게 하면서 내 머리를 엄청 때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서에 출두해 관련 내용을 진술하고,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사과도 하지 않고, 합의도 안되고, (경찰서) 형사님과 연락도 잘 안 된다"며 "백화점에서 당한 갑질 피해를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가 말한 사건은 실제 경찰에 사건 접수가 된 상태다.

◆백화점 속옷매장 직원 50대 여성 고객에게 폭행 당해

이런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손님이 직원 얼굴에 햄버거를 던지는 영상이 공개돼 '갑질 폭행'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영상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소재 연신내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 남성이 주문한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며 직원과 말다툼을 벌인다. 고객은 언성을 높이더니 결국 직원 얼굴에 햄버거 봉투를 내던진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7일 밤 벌어진 일인데, 매장 다른 고객이 찍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네이버, 다음 등 포탈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고객 갑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목격자라며 해당 글을 올린 사람은 "(가해) 남성이 환불은 물론 택시비까지 요구했다"면서 명백한 '갑질'이었다고 전했다.

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주문한 제품이 40분 정도 나오지 않자 고객이 항의했고, 직원은 전광판으로 알렸는데 찾아가지 않은 것 아니냐고 응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쌍방이 현장에서 사과했고, 이후 사측으로부터 고소나 고발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은 사법처리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속한다.

△폭행죄 △존속폭행죄 △협박죄 △존속협박죄 △명예훼손죄 △출판물 등에 관한 명예훼손죄 △ 과실상해죄 등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 이후 피해 직원은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얼굴이 가려지지 않는 영상이 퍼지면서 사생활 침해 등의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한국맥도날드 측에선 (피해 직원에게) 심리 상담을 제안하는 등 사건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자 신상 노출, 2차 피해 입는 경우도

소비자 반응에 민감한 식품 및 유통업계는 도 넘은 고객 갑질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이 발달하면서 고객과의 갈등을 외부로 알리기를 꺼려하는 기업과 현장직원은 이 같은 갑질 고객에게 '을(乙)'일 수 밖에 없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서비스업 특유의 '고객제일주의'와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객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 기업이미지가 실추돼 일단 소비자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추후 소비자 부주의로 판명돼도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복구하기 어려워 (기업 입장에선)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대응이 블랙컨슈머를 더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장기적으로 블랙컨슈머 대응비용이 생산비용 증가를 초래해 전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입을 모은다.

◆'갑질 고객'에게 폭행·폭언 당해도 신고하기 어려운 감정노동자들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도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감정노동자에 대해 폭언이나 폭행을 행사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고객 갑질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산업재해도 판례로 인정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객으로 매장을 방문했어도 응대 직원의 뺨을 때리거나 몸싸움을 하는 등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물리력이 아니어도 폭언과 모욕적 발언을 했다면 모욕죄로 입건될 수 있다.

다만 고객의 폭행, 폭언이 벌어져도 기업에 소속된 감정노동자가 이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2015년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점원 2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객에게 사과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갑질 고객을 고소·고발할 수 있어도 업주에 의해 해고당할 우려가 있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렇다 보니 갑질 문화가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객으로부터 1차 피해를 입은 감정노동자들이 기업의 소극적인 대처로 2차적으로 피해를 입는다고 판단,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노동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의 작은 실수를 참지 못하고,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는 갑질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병폐"라며 "상대방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치게 하는 심각한 갑질은 더 엄격하게 법적 기준을 적용해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갑질의 뿌리는 언어에서, 존댓말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한국어에서 존댓말을 없애면 어떨까 싶다. 한국처럼 심하게 손님과 직원을 양분해 상하관계가 담긴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드물다"며 "언어는 정신의 뿌리인데, 유독 우린 친절을 강요하는 것 같다. 한국은 너무 지나치게 상하 구별이 있어 갑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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