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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차이니스 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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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5 21:12:00 수정 : 2018-11-25 2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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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공식 국호는 중화민국이다. 장제스의 국민당이 국공내전에서 패해 1949년 대만으로 중화민국 정부를 옮겼다. 대만을 ‘미수복 지역’으로 여기는 중국은 1971년 중화민국을 밀어내고 유엔 회원국이 된 뒤 중화민국이나 대만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했다. 대만은 198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합의했다. 국제기구에도 이 이름으로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대만을 ‘자유중국’이라 부르며 가장 늦게까지 우방국으로 남아 있었다. 중국은 ‘중공’이었다. 하지만 국제질서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1992년 중국과 수교하자 대만이 먼저 단교를 선언해 그 절차를 밟았다. 지금 대만에는 대사관 대신 주 타이베이 대표부가 있다.

대만에선 1990년대 민주화 이후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커졌다. 올 들어 올림픽 참가 명칭을 바로잡자는 ‘정명(正名) 운동’이 벌어졌다. 중국은 지난 7월 이를 구실 삼아 내년에 대만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동아시안 유스게임을 무산시켰다. 중화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만의 금마장 영화제도 이 논쟁에 휩쓸렸다. 17일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받은 대만의 푸위 감독이 “우리나라가 하나의 독립국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히자 심사위원장인 중국 여배우 궁리가 시상을 거부했고 중국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제 만찬에 대거 불참했다.

대만이 24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한 국민투표 10개 항목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대만’ 이름으로 참가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문항이 있었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묻는 내용이다. 찬성표가 전체 유권자의 25%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다. 차이잉원 총통 정부의 탈중국화 정책에 대한 피로감 탓으로 풀이된다. 이름을 바꾸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IOC의 경고도 한몫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운 중국은 이번 국민투표에 대해 ‘변형된 독립 기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국제대회에 대만 이름을 내걸려는 시도는 무산됐지만 정명을 외치는 목소리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양안(중국·대만)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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