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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폐기물이 머리위에 둥둥"…보행자 위협하는 '고소작업차'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18-11-25 09:00:00 수정 : 2018-11-23 17: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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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가는 거죠. 다른 길 있나요? 그렇다고 화낼 수도 없잖아요.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예요.”

◆ ‘공사폐자재를 실은 고소작업대’ 밑을 불안불안 다니는 사람들

이달 중순 서울 용산구 한 골목길. 한 빌라에서 분주하게 샷시 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샷시를 실은 고소작업대가 보행자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불안한 상태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덕수궁 인근 건물. 카고 크레인을 이용해 내부 공사가 한창으로 공사폐자재를 실은 버킷이 분주히 보행자 머리 위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고소작업차 주위를 둘러봐도 안전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차량 안전을 유도하는 라바콘(삼각뿔대) 조차 없었다. 공사용 도구를 실은 버킷이 행인들 머리 위로 다닐 때마다 불안했다. 샷시 설치에 필요한 각종 도구가 실린 버킷이 ‘덜컥덜컥’ 움직일 때 마다 혹시나 떨어지지 않겠냐는 불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고소작업대 바로 밑으로 보행자와 차가 섞여 지나다녔다.

여기뿐만 아니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덕수궁 인근 건물. 카고 크레인을 이용해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공사폐자재들이 고정 장치가 허술해 보이는 버킷에 실려 분주히 보행자 머리 위를 날라 다녔다. 도로에 주차된 카고 크레인 주변에는 안전요원과 라바콘이 설치 돼 있었지만, 인도에는 보행자 안전을 통제하는 안전요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도를 빼앗긴 보행자는 인도 가장자리나 빠름 걸음으로 지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보행로를 지나던 한 시민은 “자주 보는 장면이라 무덤덤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빠름 걸음으로 지나간다”고 말했다.

인도를 걷다 보면 간판 교체작업이나 외벽 공사장에서 고소작업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카고 크레인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 잇따라 근로자 사고 및 보행자 안전을 위협

2016년 12월 청주시 욕산면의 한 공장 외벽 보강판넬 하던 인부 4명이 추락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사고가 있었다. '화물'만 싣고 작업만이 가능한 카고 크레인을 불법 개조해 임의로 매단 버킷(고소작업대)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화물 전용인 카고 크레인의 구조 변경 자체가 불법이다. 카고 크레인에 장착된 버킷에 올라타고 작업하던 인부가 아래로 떨어져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강원 원주시 반곡동의 한 건물 외벽청소 작업에 투입된 고소작업차의 지지대(붐대)가 옆으로 넘어졌다. 건물 외벽을 청소하던 김 모(50) 씨 등 2명이 추락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인도를 점용한 채 공사를 벌여 사람들과 지나가는 차량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주택가 골목 공사장에선 콘크리트 펌프카가 옆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빌라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펌프카가 지지대를 세우려다가 문제가 생겨 공사장 쪽으로 15도가량 기울었다. 당시 이 차량의 콘크리트 붐은 10m 정도 높이까지 뽑아 올려진 상태였다. 콘크리트 펌프카는 펌프 압력을 이용해 고층에 시멘트·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공사 장비 차량이다. 공사 관계자들은 25t 크레인을 동원해서야 기울어진 사고 차량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3시간여 동안 인근 주민들은 골목을 지나다니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지난 8월 경기도 용인시 한 신축빌라 공사 현장에서 3.5t짜리 고소 작업차가 넘어졌다. 이 사고로 작업대에 올라 베란다 부근에서 선반을 설치하던 근로자 A(46)씨 등 2명이 약 5m 아래로 추락해 다쳤다. 

◆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불법 개조 빈번

카고 크레인에 엉성하게 버킷을 설치하는 불법 구조 변경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이동식 크레인으로 근로자를 태워 나르거나 높은 곳에서 일을 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한 고소작업차 운전자는 “우리가 법을 몰라 안 지키는 것이 아니다. 현장 가면 시간에 쫓겨 안전을 지켜가며 작업을 진행 할 수가 없다. 한 번이라도 더 뛰어야 장빗값과 푼돈을 쥘 수 있어서 눈 감고 일한다”고 했다. 만성화된 ‘안증불감증’을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끊이지 않는 카고 크레인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2011년 7월 법을 개정했다. 자동차관리법에도 버킷이 장착된 카고 크레인이라는 화물차량 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화물을 싣는 카고 크레인과 사람이 타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스카이 차가 있을 뿐이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 한 건물에서 간판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소작업대는 보행자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다.
현행법상 외벽 공사 등 인부와 자재를 높은 곳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카고 크레인과 스카이 차를 모두 함께 임대해야 한다. 그러나 공사 업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카고 크레인 1대만 쓰는 경우가 공사 현장에서는 흔한 장면이다. 일선 공사 현장에서는 버킷이 달린 카고 크레인이 종종 눈에 띄지만 관리·감독 기관의 단속에 걸리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불법 구조 변경을 한 카고 크레인이 흔해도 당국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인부가 추락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보도가 돼야 수사기관이 카고 크레인의 불법 여부를 파악하는 실정이다.

건물 철거현장 크레인 사고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대표적인 인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2년 이동식 크레인 산재 건수는 790건에 달한다. 5년여간 이동식 크레인 사고로 74명이 숨지고 732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해마다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크레인은 무게에 따라 각도와 지지대를 펼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리한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제한 장치를 풀거나 무게를 늘려 사고를 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업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운전자의 안전교육, 해당 장비의 결함 등 제도적 보완 등 관리·감독 기관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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