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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종말시대… 원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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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6 10:00:00 수정 : 2018-11-19 21: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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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온라인 공간에서의 대표적인 문화였던 ‘인터넷 커뮤니티’가 몰락하고 있다. 한 때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 오늘의유머 등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의 동시접속자(같은 시간대 커뮤니티에 접속한 이용자 수) 수가 2만명이 넘는 등 호황을 누리기도 했었다.

이들은 온라인을 넘어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문화를 선도하기도 했었고, 더 나아가 정치 사회에서도 영향을 끼칠 만큼 영향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 미디어에 밀려 이용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커뮤니티 종말 시대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출마했던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하루 평균 방문자 수만 70만 4000여명에 달했고, 동시접속자 수도 2만명이 넘는 거대 커뮤니티였다.

이들은 주로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을 비웃고 여성을 혐오하는 등의 행동으로 악명이 높았다. 또한 이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단식투쟁을 조롱하는 ‘폭식투쟁’을 벌이다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고, 직·간접적으로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16일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시밀러웹(SimilarWeb) 통계에 따르면 최근 일베의 하루 방문자 수는 50만명 이하로 감소했다. 이용자 30%가 증발한 셈이다. 동시접속자 수 역시 7000여명으로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그렇다 보니 일베의 악명은 세간의 관심 밖이 된 지 오래다. 정치권에서도 일베의 문제성을 언급할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이렇다할 언급 조차 없다.

다른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일베의 대척점에서 활동하던 진보 성향의 오늘의유머(오유) 역시 이용자가 80% 가까이 감소했다.

오유에서는 이용자들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을 ‘베스트 오브 베스트(베오베)’ 게시판으로 따로 이동시킨다. 한 때 베오베 게시판에 올라간 글에 달린 댓글의 수는 300∼1000여건이었지만, 최근에는 10∼40여건에 불과하다.

오유는 국내 인터넷 사이트 이용률 순위에서도 20위권에서 49위로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추락했다. 사실상 커뮤니티의 존폐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이밖에 디지털카메라 애호가들이 중심이 된 ‘SLR클럽’이나 소비자 커뮤니티인 ‘뽐뿌’,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 등 주요 커뮤니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학교 커뮤니티 역시 고려대의 ‘고파스’나 서울대의 ‘스누라이프’를 제외하고는 이용자가 급감하는 등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몰락의 원인은?

가장 큰 몰락의 원인으로 온라인 컨텐츠 환경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컨텐츠는 글과 이미지였다. 일부 동영상도 있었지만 커뮤니티 게시글 대부분은 쉽고 재밌는 글과 사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짧은 동영상으로 온라인 컨텐츠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상황이다.

글과 이미지가 중심인 커뮤니티가 컨텐츠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신규 이용자 유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짧은 영상에 익숙한 10∼20대의 젊은 이용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커뮤니티는 이제는 올드한 네티즌으로 연명하는 처지다. 

하지만 올드 네티즌으로 연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느 커뮤니티나 이탈자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규 이용자는 급감하는데 이탈자는 이어지고 있으니 전체적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급감하는 구조다.

신규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커뮤니티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린다. 커뮤니티 문화에 진입장벽이 생기면서 소수의 신규 이용자(뉴비)들을 배척하기 시작한다. 뉴비들 입장에서는 그런 올드 유저의 행동이 텃세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뉴비는 더더욱 감소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올드 네티즌들이 커뮤니티를 이탈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최근 몇년 사이로 정치화 된 커뮤니티 모습에 피로감을 느껴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일베 이용자가 급감한 이유로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박사모 회원들이 대거 일베로 유입돼 게시판에 호소하는 글을 도배했기 때문이다. 노잼(재미가 없다)이 된 것이다.

양대 산맥이었던 오유 역시 시사게시판 이용자를 중심으로 친(親) 문재인 성향의 게시글이 지나치게 올라가다보니 평범한 이용자들은 실망을 느끼고 떠나가기도 했다. 애초에 커뮤니티는 웃고 즐기려고 시작하는 것이지, 프로파간다 목적이 아니라는 걸 방증한 셈이다.

한 때 일베 이용자였다는 강모(32)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일베에 자주 접속했지만 지난해부터는 거의 접속도 하지 않는다”며 “내 성향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일단 커뮤니티 자체가 재미 없어졌다”고 이탈 이유를 설명했다.

오유 이용자였던 김모(32)씨는 “한 때 오유에 자주 글을 올리고 애착도 많았는데 지난해 계정을 삭제했다”며 “몇몇 이용자들이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으면 모두 적폐로 모는 등 온라인 공간에서 행패가 심해져서 환멸이 났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터넷 컨텐츠는 참여할 수 있는 동영상

최근 인터넷의 핵심 컨텐츠는 ‘짧은 동영상’이다. 어디서나 쉽게 접속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이 직접 동영상 채널을 제작할 수 있는 ‘유튜브’가 단연 인기다. 유튜브는 주로 10∼20대 등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대학생 한모(22)씨 역시 지난해부터 ‘유튜버(유튜브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로 활동하고 있다. 한씨가 주로 유튜브에 제공하는 컨텐츠는 온라인 게임 방송과 다른 유튜버와 함께 진행하는 개그 영상이다.

한씨의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들 수 역시 12만명이 넘어섰다. 구독자 수가 증가하면서 광고 협찬도 생기면서 한씨는 소소한 수익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의 인기는 갈수록 증가하면서 유튜브 일평균 이용시간은 58.8분으로 네이버 24.3분, 카카오톡 17.2분보다 각각 2∼3배 이상 길었다. 국내 순 이용자만 25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이외에도 인터넷 방송 채널인 ‘트위치’도 인기를 끄는 등 인터넷 문화는 네티즌이 직접 제작할 수 있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동영상이 단연 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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